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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로 가는 시냇물 Jun 11. 2021

'O'자 위의 소년

말리시렵니까, 응원하시렵니까?


한강에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IseoulU 구조물 위에서 놀고 있는 소년들을 발견했다. 중학생 정도의 앳된 얼굴로, 단순히 구조물 위를 이리저리 옮겨 뛰는 것 만으로 한참을 신나게 논다. 저 위에서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3명의 친구가 놀고 있는데, 소심한 한 명은 잠깐 위에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고, 검은 옷을 입은 친구는 다람쥐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약간 소심하지만 그렇다고 지기도 싫은 중간 친구는 O자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내려왔다가 S자에서 다시 시작한다. 마지막 시도 때에는 결국 O자에서 U자를 통과해 가장 아슬한 L자에 안착! 지그시 바라만 보아도 서사가 그려지는 아이들의 놀이에 마음속으로 짝짝짝 박수를 쳤다.


여의도의 높은 건물을 배경으로 구조물 위의 소년들 모습이 너무 이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소년이 큰 소리로 묻는다. "저희 비켜야 해요? 사진에 방해되나요오~~?" 라고. 나는 "아니 아니~, 너희들이 너무 멋있어서 찍는 거예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엄지척을 보냈다. 답을 하고 나니 미안했다. 내 말투 좀 보소. 예상치 못한 물음에 당황해 반말과  존댓말이 뒤섞였다. 언제 봤다고 반말을...



문득, 좋은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 구조물 위를 위태로이 뛰어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려야 하는 걸까? 놀이는 안전한 놀이터에서 해야 한다고? 스스로 위험을 평가하고 두려움과 싸우며 시도하고, 숙달도 하고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깨닫기도 하는 과정이 (모든 동물의) 성장이고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그 과정에 다소 다치는 것도 포함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너무 무책임한 어른일까?


나는 양 무릎은 물론 이마, 턱, 뺨에도 흉터가 있다. 몸치인 주제에 동네 오빠들이 뒷산에서 전쟁놀이를 하면 끼워달라 떼를 쓰고, 담벼락을 보면 담장 위를 걸어보고 싶고, 내리막길에선 자전거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궁금했다. 겁이 나서 오금이 저렸고 시도는 대부분 넘어지고 떨어지고 부딪히는 결과로 끝이 났지만 놀이는 스릴만점이었는데. 그건 안전한 놀이터 따위 가져본 적 없는 동네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진 한계일 뿐인가.  


‘너희가 멋있어서’. 무심결에 튀어나온 진심이다. 한편으로 O자 위에 주춤거리는 아이를 걱정스레 바라본 것도 사실인데. 말려야 할까요, 응원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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