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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 Nov 10. 2024

<별에게 맹세코 잘돼>이 책 아세요?

처음에 어떻게 이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알게 됐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무심코 켰던 인스타그램의 릴스에 아이들과 함께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캐나다로 건너간 용감한 엄마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뭔가 사뭇 달랐다.


이 작가 웃기다. 재미있다.  


따뜻하지만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내레이션의 목소리에 빠져들었고 이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염탐하기 시작했다. 글을 읽기 전에  난 그 작가가 누구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사람은 어떤 성향일지 많이 궁금해한다. 짜임새 있는 글들로 완성된 책으로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이전에 어떤 사람인지 알면 그 책에 대한 선호도에 크게 영향을 준다고나 할까? 일종의 개똥철학이긴 하지만 그냥 작가가 매력적이면 그 글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그런 이야기 일 것이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야 글을 읽어 보고 싶은 욕구도 함께 생기기 때문이다.


이 작가 많이 매력적이다.


KBS창원의 아나운서이면서 아들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이 작가는 코로나가 극성이던 시국에 캐나다의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유학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일단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가뜩이나 외국 여행 좋아하고 외국을 갔다 하면 그 지역 유수의 대학들을 꼭 밟아보고 느껴보려 하는 나의 이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였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대단했던 건 10년 이상 재직하고 있던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아이 둘과 함께 유학을 떠나리라 마음먹었던 이 작가의 강단 있는 모습이었다.


두 아이를 챙기고 하루하루 단조로운 나의 일상도 꽤나 녹록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부를 하러 이 나이에 떠난다니 그리고 아빠도 없이 두 아이를 데리고 머나먼 타국으로 떠난 작가는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한 사람이다. 그렇게 유학길에 오른 이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잘 견디고 버티면서 꽤나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왔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이미 난 이 작가에게 빠져버렸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던 일이지만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일인데 이렇게 능동적으로 해내는 모습이라니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아이들과 함께 힘들었던 과정을 글로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작가는 힘들고 빡빡한 캐나다의 일상을 살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현실을 잘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보여서 나와 비슷한 또래의 이 작가가 기특하게까지 느껴졌다.


40대 초반을 넘어가고 이제는 내가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원했는지 조차도 희미해지는데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는 용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캐나다에서 아이들과 함께 2년여의 시간을 보내며 예기치 못한 사고로 쌍둥이 아들 두 아이 모두 팔이 부러지기도 했고, 과제 때문에 힘들어서 좌절하기도 했지만 매 순간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며 뚜벅뚜벅 한 걸음씩 나아갔던 작가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생각했다. 진짜 이 작가 기똥차게 멋지다.


언젠가는 나도 이 작가만큼 대단한 용기를 내고 큰 계획의 시작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아이 둘을 챙기며 종종거리는 일상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일상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기특하다며 나 혼자 스스로 뿌듯해하며 하루를 마감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작가가 더 심적으로 가깝게 느껴졌던 건 내가 좋아하는 김동률이라는 가수를 향한 같은 마음 때문이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김동률의 광팬이기에......


책의 제목에도 드러난 김동률에 대한 팬심을 느끼며 나도 생각해 본다. 이 말 되게 멋진 말 같다.


별에서 맹세코 잘돼


그런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실은 김동률의 '황금가면'이라는 곡의 가사에 등장한 가사는 '별에게 맹세코 절대'였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별에게 맹세코 잘돼'라는 제목도 꽤나 멋지니 말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 계절에 꼭 어울릴만한 에세이 같다.  


이 책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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