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3
추석이 다가오면 남편이 하는 말이 있다.
"홈쇼핑에서 온통 LA갈비만 주야장천 방송 하겠구먼"
나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말 추석이 다가올수록 홈쇼핑에 갈비 상품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왜 꼭 갈비를 하게 되는지 궁금하지만 생각해 보니 고기 요리 중에서 갈비만큼 맛있는 음식도 없는 거 같기는 하다. 소갈비, 돼지갈비, LA갈비 이렇게 크게 나눠지는 거 같은데 그중에서도 난 소갈비를 선호한다. 소갈비는 비싸기는 하지만 그래도 보장된 맛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할머니나 친정엄마가 해주시는 갈비가 뼈대와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순간을 즐기며 살들을 호로록 먹었던 철딱서니 없는 딸이었다. 그나마 전을 부치거나 잔심부름을 하고 도와드리면서 죄책감을 덜어 냈던 것 같다. 그런데 결혼하고 갈비를 해보니 이게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아니다. 갈비는 난코스 음식이다.
하기는 힘들어도 갈비를 재워서 김치 냉장고에 넣어두고 냉장고를 탁 닫는 순간은 '아휴'라는 탄식과 함께 안도감이 밀려오니 그래도 당분간의 추석은 갈비와 함께 해야 할 거 같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매번 명절을 혼자 다 챙겼던 며느리 같지만 사실 손에 꼽을 만큼 갈비를 해본 경험이 몇 번 안돼서 매번 할 때마다 맛이 미세하게 다를 때면 나만이 느끼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도 하다.
그냥 소갈비는 기름도 잘라내고 다듬어야 하고 손이 많이 가는데 이번에는 LA갈비로 좀 쉽게 가보려고 한다.
아...... 마음 같아서는 홈쇼핑에 있는 양념이 다 되어있는 LA갈비를 사고 싶지만 사는 갈비는 또 마음이 영 끌리지가 않는다.
다른 메인 요리가 없을까 고심해 보지만 다시 돌아 돌아 갈비로 귀결된다.
추석은 갈비, 갈비, 갈비가 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