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2. 나의 장점은
장점이 뭐예요? 뭘 잘해요? 이런 류의 질문이 제일 싫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나는 특별히 잘하는 게 없었다. 공부를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체능 쪽으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사교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별 볼일 없는 사람인 것 같아 잠깐 슬펐지만!
이렇게 없는 것 중에도 찾아보자면..
난 알아서 일을 찾아 하지는 못하지만 시키는 일은 정말 잘할 수 있다. 이제는 그만 갖다 버리고 싶은 그 완벽주라는 녀석이 나에게 있기에 누가 시키는 일은 완벽하게 해 내려고 애쓰고 애쓰고 또 애쓴다. 물론 엄청 툴툴댄다는 반전이 있긴 하다. 완벽하게 끝내야 하는데 뭔가 일이 틀어지고 생각 못한 변수가 생기게 되면 정말 어마무시하게 투덜투덜 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한다. 가만, 이게 장점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단점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일단 일을 맡겨주시라. 그럼 어느 쪽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는 참 여리다. 남들에게 나쁘게 말하고 함부로 대하는 거 잘 못한다. 홧김에 세게 말하거나 행동하면 며칠 동안 생각나고 또 생각나서 너무 힘이 든다. 그래서 웬만하면 다른 사람에게 나쁘게 하지 않고 상처 주지 않으며 예의를 지키려 노력한다. 다른 사람 배려하느라 내 것 잘 챙기지 못할 때도 많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큰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하더라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가만, 이것도 헷갈리네. 이게 장점이 맞나?
세 번째는 규칙을 참 잘 지킨다. 길에 쓰레기 버리는 거 절대 못 하고 무단횡단 잘 못 한다. 꼼수 부리는 거 잘 못하고 학창 시절 선생님, 부모님 말씀은 안 지키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살았다. 이런 나와 정 반대인 남편과 사느라 조금은 변질(?)된 부분도 있지만 음, 그래도 나는 규칙을 참 잘 지키는 편인 것 같다.
사실 장점이라고 말한 모든 것들은 참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다. 작년에 강점검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세상에. 나의 모습 중에 진짜 마음에 안 들어서 꼭 고쳤으면 하는 부분들이 나의 강점이라고 나온 게 아닌가! 정말 실망스럽고 이런 나일 수밖에 없어서 너무 속상해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아껴주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이제는 그냥 이런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로 했다. 뭐 어쩌겠는가 이게 나인걸. 어쩌면 시키는 일은 정말 못 하겠는, 자기 스스로 일을 찾아 해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에게는 시키는 일은 잘 해내는 내가 부러움이 대상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성정이 너무 세고 강해서 나처럼 마음 여린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테고, 규칙이라면 어기는 게 맛이라며 자신도 모르게 청개구리 기질이 툭툭 튀어나오는 사람에게는 이런 내가 대단해 보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냥 나는 시키는 일 잘하고 여리고 착한 사람으로 계속 살기로 했다. 이런 나를 사랑해 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