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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다. 나는 디스크 환자였다.

매일글쓰기 4.

by 신아

아이 둘을 낳고 허리가 완전히 망가져 버렸었다. 첫째 아이를 낳고 디스크가 한번 터졌고 둘째 아이를 낳고 또 한 번 같은 부분의 디스크가 터져서 이때는 정말 긴 시간을 호되게 앓았었다.


요새 집안일로 골머리를 좀 썩고 있어서 이런저런 걱정에 심란한 마음이었는데 불현듯 허리가 아팠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서 누워서, 소파에 앉아서, 걸어 다니면서도 울었던 내 모습이 언제였었나 기억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때 입버릇처럼 말했던 한마디가 생각났다.


"허리만 안 아프면 소원이 없겠네......"


세상에나 이제는 허리가 많이 아프지도 않고 아프다고 하더라도 적당히 조절할 줄 아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허리 통증을 안고 살더라고 살만한 날들이었다. 허리가 아팠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시절 많이 힘들어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갑자기 모든 고민거리가 하찮게 느껴지고 가족 모두 건강하고 내 허리도 괜찮은데 이만하면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허리가 아파서 몸을 숙여서 아이 신발을 신겨주는 일조차도 힘겨웠었는데 이제는 신발을 스스로 잘 신을 만큼 둘째 아이는 부쩍 컸다. 엄마가 아픈 걸 걱정해 주던 첫째 아이는 틈만 나면 툴툴대는 사춘기 초입의 청년으로 크고 있다.


허리가 아팠던 날들을 잊고 있음에 감사하게 됐다.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잊혀졌던 시간이 감사하기는 또 처음인 거 같다.


오늘의 글감은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잊을 수 있는 지금 나의 현실에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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