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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by 신아

분주하고 바쁜 10월을 보냈다는 생각에 문득 핸드폰 속에 저장된 스케줄을 정리한 달력을 보았다. 중요한 일과들을 핸드폰에 기록해 두는데 거의 모든 일정이 가족과 관련된 일이었다. 나를 위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에 나지막이 '휴......' 하는 감탄사를 내뱉어 본다.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양가 어머님들을 챙겨야 하는 소소한 일들을 하면서 왜 그렇게 힘에 부치고 힘들었던 걸까?


아마도 그건......


다 내 마음 같지 않기 때문이라는 간단명료한 답이 나왔다.


내가 챙기고 보듬어주고 이끌어줘야 하는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처한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다를 텐데 많은 일들을 조율하는 나는, 대부분 나의 기준에서 움직이길 바라고 있었다.


남편에게는 조금만 빨리 퇴근해서 육아와 집안일을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고

큰 아이는 쉬고 싶은 시간이 있을 텐데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숙제를 하고 학원을 가야 하는 일상이다. 그리고 동생을 데려와야 하는 시간이 있어 엄마는 언제나 무엇이든 빨리 하는 상황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작은 아이는 하원 후 편안한 집에서 크게 노래 부르며 놀고, 쉬는 시간을 갖고 싶겠지만 오빠 숙제하니 조용히 하라는 꾸중만 듣게 된다.

부득이하게 이번 명절은 양가 어머님들 모시고 결혼한 이래로 처음으로 명절에 함께 두 번의 식사를 함께 하셨는데 괜찮으신지 의례적으로 여쭤보고 일방적으로 식사 자리를 준비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많이 바쁜 한 달이었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보니 큰 아이의 상담, 둘째 아이의 상담, 각각 학교와 학원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하루 건너 한 번씩 상담이 진행됐다. 그때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하는 엄마의 마음 그리고 미취학 어린이를 대하는 엄마의 마음의 두 가지 모드로 전환하며 상담에 임해야 했다.


아 쉽지 않다. 힘들구나......


아이들을 보내고 엉망이 된 집을 보면서 혼자 읊조리던 말이다.


그래도 10월에 즐거운 일이 뭐가 있었을까 생각하니. 두 아이 모두 감기에 걸리지 않아서 소아과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큰 아이와 영화를 보고 즐거운 보냈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평범하게 흘러가는 하루가 최고의 하루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행히 이번 달은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기억 속에 각인될 만큼 나쁜 일도, 너무 즐거워서 뒤로 넘어갈 정도의 큰 행복이나 행운도 없었지만 그래도 무던이 이 월말을 정리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하게 된다.


잘 지나가고 있다. 10월의 하루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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