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문턱에서 망설이며, 추워지는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점점 커가는 아이들의 외투를 꺼내고 작년에 이어 올해는 얼마만큼 컸을까 기대를 하며 아이들의 키를 재보기도 한다. 항상 겨울이 시작되면 올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떠올리곤 하는데 언제 시작했으며 이제 마무리를 하고 있는 달인가 싶을 정도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11월은 무엇인가 큰 변화를 준비하고 환경을 재정비하기 위한 달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아이가 중학교 진학을 위해서 중학교 배정 지원서를 작성했으며, 어린이집에 다니며 마냥 해맑기만 하는 둘째 아이는 유치원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생각해 보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 보다 내 마음이 더 설레고 긴장되기도 하는 시기인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게 되는 또 다른 감정은 아이들이 처음 겪는 시기의 다양한 경험들을 나의 어린 시절과 빗대어 생각해 보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몇 십 년 전의 일이 지금의 아이들이 살고 있는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겠지만 그 시절의 내가 느꼈던 생경한 모습과 감정은 어땠는지 곱씹어보게 된다.
어색하게 교복을 맞추던 날, 차가운 겨울바람에 운동장에서 맞이한 중학교의 입학식 그리고 엄마품에서 벗어나 유치원 셔틀버스를 타고 유치원에 처음 발을 내딛었던 그 모든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 모든 낯선 환경에서 잔뜩 움추러든 채로 하루를 보내다가 집에 오면 오롯이 아늑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집이 주는 편안함과 안도감이었다. 다정하고 곰살맞은 스타일의 엄마는 아니었지만 엄마는 항상 그 자리에서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존재였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다행인 건 엄마보다는 아이들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일을 어색해하지 않는 성향이라는 점이다. 사춘기에 진입한 큰 아이를 혼내고도 안아 줄 수 있으며, 울며 떼쓰는 둘째 아이를 혼내고도 다시금 무릎에 앉히고 눈물을 닦으며 볼을 비비며 사랑한다고 말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집에 오면 한숨 돌리며 얼었던 마음을 이내 녹일 수 있었으면 한다.
아이들의 공간을 그리고 집에 숨어 있는 곳곳에 쌓여 있는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정리했다. 몇 해가 지나도 입지 않았던 옷들, 책 그리고 생활 용품까지 많은 것을 정리했다. 이렇게 쓰지 않았던 물건들을 어떻게 집에서 이고 지고 살았는지 새삼 놀라기도 했다.
물건과 옷을 정리하면서 느꼈던 건 구매하면서 이내 썩 내켜하지 않았던 물건들을 많이 사용하지 않게 되고 그러면서 내 기억 속에서도 점차 사라졌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건 많은 물건이 이제는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꼭 필요한 그리고 자주 손이 가는 물건이 결국에는 오래 편안한 자리에서 사용하게 된다는 생각을 한다.
11월은 바쁜듯 바쁘지 않은 듯 그렇게 일상을 챙기며 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며 보냈다.
아쉬운 듯 보내는 이 한 달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할 12월에는 설렘과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