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을 받을지 말지를 도대체 왜 고민했을까.
특수교육대상자로 유치원에 입학한 우리 둘째 맑음이는 특수교사의 도움으로 통합반에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 듯하다. 무려 8명의 치료사 선생님과 치료가 진행중인데, 그 중 최애였던 언어치료사 선생님을 제치고 특수 선생님이 선생님 순위 1위에 등극했다.
분명 새로운 장소에 적응 하는 것이 쉬웠던 아이는 아니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치료실을 다니면서, 그리고 치료실을 바꿔가면서, 또 나도 부지런히 아이를 이곳 저곳에 데리고 다니면서 어느덧 아이에게 새로운 장소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진 듯 하다. 유치원 입학 전에 유치원 근처를 여러 번 다녀왔고, 유치원 근처도 걸어보고 유치원 버스도 보고 했어서 유치원 적응이 어려울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이토록 빠르게 적응할지는 몰랐다!
'자폐성 장애'라고 적혀 있는 특수교육대상자 진단 평가 결과 통지서를 받아들고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우리 둘쨰, 작년 한해 그렇게 부지런히 치료를 달렸지만, 결국은 극복하지 못했구나. 나는 그렇게 좌절을 맛보았다. 내 노력과 무관하게, 너는 그렇구나.
그렇게 씁쓸해 하고 있을 때, 자조모임의 한 엄마가 나에게 '니 기분에 대해 생각 하지 말고 아이에게 제일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라'는 따끔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맑음이가 내 자존심에 따라 24명이 한 반인 일반유치원에 들어갔다면? 그저 방치였을 것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가 아니니까. 그리고 매일 전화를 받았겠지. 활동에 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어쨌든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시작한 특수교육대상자 생활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브라보다. 한 반에 12명, 그 중 특교자가 3명인데 교사는 통합반 선생님 한분과 특수교사 한분, 그리고 실무사 선생님까지 계시니 너무나 든든하다. 오후에도 방과후 특수교사, 실무사 선생님이 계셔서 인력이 부족할 일은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것은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 아이의 조금 다른 행동이 '문제 행동'이 아니라 '어떻게 도와줘야 할 지 고민되는 행동'이 되었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 하는 것을 어떻게 개선할지, 아이의 성향에 맞춰,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기준으로 개선방안을 고민해본다. 유치원에서 시각추구할만한 물건을 이미 찾은 맑음이를 보고 선생님은 장난감을 살짝 교체해두시기도 했고, 자리를 자꾸만 이탈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어로 촉구를 주시며 도움을 주신다.
부모 상담도 가장 먼저 진행되었고, 상담을 통해 선생님은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나만큼이나 맑음이에 대해 파악을 하셨다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돋기도 했다. 괜히 전문가가 아니다. 매번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봐 주시고 도움을 주시는 계시다는 것을 맑음이를 통해서 안다. 벌써 특수 선생님이 벌써 최애 선생님으로 등극하다니!
맑음이도 그 사이에 정말 많이 컸다. 유치원 시설이나 규칙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하고, 친구와 스치듯 같이 놀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어보니 특교자로 더 반짝반짝 빛날 맑음이의 앞날이 기대가 되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다만, 아침에 치료다니고, 잠깐 어린이집에 가서 밥먹고 잠만 자고 오던 작년 일과에서 8시 23분에 유치원 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3-4시에 하원하는 일정을 하다보니, 그 피곤함을 말로 표현 못한다. 하원 후 치료실 1-2개 다녀오면 6시. 짠하기도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맑음이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엄마표 인지수업도 자제(?) 하는 중이다. 실컷 놀고 TV로 똘똘이도 한 두편 보고 저녁 든든하게 먹고 씻고 8시 반 정도면 잔다. 이런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리고 유치원에 다니며 성장할 앞으로의 3년이 너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