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체육 갔다가 펑펑 운 사연
둘째의 특수교육대상자 친구 엄마가 '내 아이가 일반 아이랑 섞이는 게 두렵다'라고 했다. 나도 그랬다. 그리고 둘째의 치료사 선생님들도 그랬다. 일단 개별 치료를 많이 하자 하셨다. 어차피 그룹수업에 가봤자 겉돌 거다. 혼자서 자기 하고 싶은 거만 실컷 하다가 나올 거라 하셨다. 치료 외에 동네 문화센터에서 트니트니를 3학기 했지만 부모 중 한 명이 같이 들어가는 거라 그런 대그룹 수업에서도 어찌 제지가 가능했지만, 아이를 부모 없이 일반 대그룹 수업에 넣어 두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아이는 혼자 빙글빙글 돌고 있고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을 챙기느라 바쁘시고, 혼자 겉도는 우리 아이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실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던 트니트니도 48개월이 되면서 이제는 부모 없이 들어가는 트니짐으로 바뀌어서 그 조차 그만두었다.
사실 작년에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하는 유아 체육에 체험 수업을 갔다가 선생님이 뭐라고 하든 말든 미친 듯이 빙글빙글 도는 녀석을 보면서, 이미 경험을 했었다. 우리 애는 다르구나. 우리 애는 일반 그룹에 섞이지 못하는구나. 그냥 감통이나 더하자. 축 처진 어깨로 괜히 둘째에게 화를 내면서 집에 돌아오면서, 네가 갈 길은 너무나 멀구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랬기에 어제, 7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유아체육 수업에 체험수업을 갔다가 나 혼자 펑펑 울었던 것은, 아이가 잘 못할 거라고 지레 생각하고 반 포기상태로 수업을 참여시킨 나의 죄책감과 더불어 아이의 성장이 너무나 눈부셔서였을 것이다.
집 근처에 8명 정원의 유아체육 학원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작년의 커뮤니티 유아체육에서의 '행패'에 에 대한 쓰라린 기억 때문에 아직은 그런 '일반 아이들이 다니는' 곳에 갈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또 얼굴을 붉히고 좌절감만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둘째의 또 다른 특교자 친구가 거기에 다니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용기를 냈다. 그리고 금요일에 언어치료 선생님께서 '아이가 어머니 생각보다 훨씬 많이 성장했다. 5세 말에는 태권도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내 단기 목표는 태권도에 다니는 것이라고 누누이 말씀드렸던 차라...)고 하셔서 또 눈물을 뚝뚝 흘렸던 차였다. 그래, 일단 체험수업이나 가보자. 아니면 말고.
그런데 웬걸. 아이는 내 생각보다 훨씬 성장해 있었다. 지시 수행도 척척, 소근육을 사용해야 하는 활동도 척척. 초반에는 거의 초 엘리트급의 자세로 지시 수행을 보여주시는 게 아닌가! 50분 수업이라 뒤로 갈수록 점점 아이는 드러눕기 시작했지만, 선생님께서 '예쁘게 앉은 사람만 이 활동을 할 수 있다'라고 구두로 촉구를 주시면 냉큼 또 앉기도 하는 게 아닌가! 수업 끝무렵엔 드러눕는 시간이 길어지고 촉구를 줘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의 시간이 점점 길어졌지만, 여하튼 선생님께서 의도하신 활동을 훌륭하게 완수해냈다.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던 나는 주책스럽게 그 많은 엄마 아빠들 사이에서 눈물을 뚝뚝 흘렀다.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께서는 우리 둘째가 첫 수업치고는 너무나 잘 해냈다고, 수업 참여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착석 문제는 시간문제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냉큼 두 달 치 수업을 결제하고 나왔다.
내가 무엇보다도 감격했던 이유는, 내 아이가 이제 좁은 1:1 치료실 환경에서 벗어나, 치료사가 아닌 일반 선생님과 함께 큰 공간에서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려 활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아이를 믿고 조금씩 옮겨 가려고 한다. 아이 맞춤형의 1:1 수업에서, 아이가 앞으로 적응하고 살아가야 하는 일반적인 환경으로. 그리고 그 속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네가 그 공간에서, 적절한 선을 지키며 활동하고 있는 모습에, 너의 눈부신 성장에, 그 어떤 때보다 벅차올라서 그 감격을 이루 말할 수 없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