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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May 21. 2024

ADHD 약 좀 먹으면 어때!

너는 이토록 멋진 아이인 것을. 

어제 저녁에 유난히 초3 첫째가 나를 안아주고 싶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냥 엄마를 안아주고 싶단다.

나도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안아주는 것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안아주는 것은 공짜인데! 큰 노력도 안 드는데! 그럼에도 너무나 많은 긍정적인 심리적 효과가 있으니까.


몇 분 있더니 첫째가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비밀스러운 이야기라, 자기 방에서 문을 잠그고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첫째를 따라 첫째 방에 들어가서 바닥에 앉았다. 

첫째는 이미 눈물부터 흘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엄마, 우리 반 아이들이 욕을 많이 하잖아. 근데 나도 그 욕을 좀 따라 해봤어. 그런데 욕을 하고 나니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엄마한테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았어. 앞으로는 절대 욕 안 할게"


잠깐 멍해졌다. 

내 아들이지만 첫째가 참 바르게 컸구나. 


하지만 오후 내내 죽을죄를 진 것 마냥 가슴 졸이다가 고해성사를 한 첫째에게 '오! 너 바르게 컸구나!' 할 순 없었다. 


대신,

"말은 자기 얼굴이야. 욕을 하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거고. 초등학생인데 그런 욕을 하면 엄마 아빠 얼굴에도 침 뱉는 거야. 너 친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그런 나쁜 말 쓰는 거 용서 못해. 그런데 네가 엄마 없는 곳에서 욕을 한 건데 죄책감을 느껴서 엄마한테 고백하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결심해 준 건 정말 고마워. 역시 넌 멋진 아이야."

라고 얘기 해줬다.


자폐이슈로 세브란스 천근아 교수님을 두 돌 때부터 만나서 종결받은 것이 재작년.

ADHD약을 먹은 지는 1년 3개월.


어릴 때 천근아 교수님 좀 본 게 어때!

전두엽이 느리게 발달해서 ADHD 약 좀 먹는 게 어때!


아이는 잘 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나에게 고해성사 받으려는 아이의 모습에서, 아이와 나의 관계가 참 돈독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심 기뻤다.




그런데 아들아...


사실 엄마도 초3 때는 씨발 좀 했어..

그리고 지금도 때때로 하고 있어.

네 아빠한테 어제도 했어. (머쓱...)

너는 엄마보다 나은 인간이구나.

잘 자라줘서 고마워.

엄마도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매일 매일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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