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티어 교수님들을 만나고 와서 내린 결론은.
우리나라 소아정신과의 탑티어인 김붕년 교수님과 천근아 교수님. 맑음이는 운 좋게도 그 두 분을 3개월 사이를 두고 만났다.
지난 3월, 49개월이 된 맑음이는 서울대 소아정신과 전문의 김붕년 교수님을 만나고 왔다.
특교자로 입학한 지 3주 정도 지난 시점, 맑음이를 2분 정도 보신김붕년 교수님은 자폐스펙트럼 트렌드가 뚜렷이 있고, ABA치료를 받으라고 하셨다. ABA 치료사가 적당한 곳이 인근에 없다 말씀드렸더니 서울대 소아정신과에서 운영하는 부모 교육 ABA 프로그램에 대기를 걸어주시겠다고 했다. 맑음이도 김붕년 교수님 진료가 있던 날 그 진료실에서 세탁기 장난감을 한없이 돌리고 있었고, 그 모습이 평소 맑음이의 모습의 일부이기도 하기에, 당연히 그 모습만 본 김붕년 교수님은 아이가 자폐라고 말씀하시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고, 그 사이에 맑음이는 새 언어치료사를 만나 말이 좀 더 늘기도 했고, 특수교육대상자 신분으로 유치원에 다니면서 친절한 특수선생님의 도움과 반 친구들의 환상 케미로 상호작용이 많이 늘기도 했다. 그리고 6월 마지막 주, 세브란스 천근아 교수님을 만났다. 첫째 아이가 24개월일 때부터 8살이 되어 진료 종결을 해주셨을 때까지 1년에 두 번은 항상 뵈었던 교수님. 거의 10년째 보고 있는 천근아 교수님께서, 첫째 진료 종결을 하실 때 둘째도 느리다고 말씀드렸더니 형제 찬스로 둘째 맑음이의 초진예약을 조금 일찍 잡아주신 덕에 이렇게 2년 대기만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천교수님은 맑음이에게 유치원은 어디냐, 무슨 반이냐, 아침밥은 뭐 먹었냐. 무슨 빵 먹었냐, 무슨 쨈 발라 먹었냐 등등의 질문을 하셨고, 장난감을 가지고 이런저런 지시도 하셨다. 맑음이는 생각보다 대답을 잘했고(물론 그 사이에 컸기도 했고, 천교수님의 진료실에 세탁기 장난감이 없기도 했고), 천교수님은 사랑스러운 아이라며, 지금 상태로는 자폐군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고위험군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하셨다(이 말씀이 끝나자마자 나는 펑펑 울기 시작...) 첫째는 자폐라고 하셨다가 8세 즈음 종결해 주셨는데 둘째의 예후도 궁금하다 했더니, 지능이 관건인데 개별 언어치료를 열심히 받아서 언어를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라 하셨다. 나는 진료실에서 나오면서 눈물을 쏙 뽑았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다 들은 것 같아서, 오늘의 진료가 참 훌륭했다 생각하며 말이다.
그렇지만 3개월 만에 갑자기 아이의 진단명이 바뀌는 것도, 의사가 아이를 보는 관점이 이렇게 다른 것도 너무 의아했다. 그리고 각각의 진료실에서 맑음이가 보였던 행동을 생각해 보면 어떤 의사라도 김붕년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맞고, 천근아 교수님의 말씀이 맞다. 그럼 도대체 소아 정신과 진료는 왜 보는 것인가. 심지어 4-5년 대기하는 친구들도 수두룩하다는데, 도대체 왜 소아정신과 진료에 목매는 것일까. 미스터리 한 우리 아이의 정체를, 5분 진료한 의사가 '이 아이는 바로 이겁니다!' 하고 얘기를 해주길 바라는 것도 이상하다.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뇌를 열어봤더니 여기가 문제가 있으니 자폐가 맞습니다.'라면 또 모를까.
어쨌든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의 '현재'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발달 문제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평균적으로 공부한 내용만을 바탕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아이가 어떻게 성장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것 아닌가. 나도 나의 미래를 조금도 알 수 없는데 말이다. 나도 내가 5년 전만 해도 이렇게 아이 센터치료를 힘들게 다니면서 휴직을 길게 할지 누가 알았단 말인가. 그리고 비행기 티켓 하나 들고 해외여행 떠나던 무계획하던 사람이 이렇게 파워 J가 될지 누가 알았단 말인가.
두 번의 소아 정신과 진료 끝에 내린 결론은,
그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그것뿐이었다.
천교수님은 언어치료에 집중하라 했기에, 언어치료사 선생님께 조금 더 간곡히 부탁을 드렸고,
김붕년 교수님은 ABA 부모교육을 받으라 했기에(그런데 그것도 대기가 1년...) 지금 현재 휴직을 했으니 나도 낮에 다닐 수 있는 부모교육을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그저 그것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막연한 기대로, 막연한 불안감으로 현재를 망치지 말지어다.
오늘도,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그저 최선을 다해, 그저 기쁜 마음으로 해 나가는 것.
그것이 정상 발달 아이를 키우든, 발달 장애 아이를 키우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