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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Sep 22. 2024

복직 한 달 차, ADHD 첫째와 자폐 둘째의 근황

즐겁습니다. 나는 내 직업을 정말 사랑하는지도.

원래 복직 예정은 둘째가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는 올 3월이었다.

나는 새 학교(일반고에서만 근무하다가 특성화고로 발령남!)로 발령받은 채로 휴직을 했기 때문에, 복직을 하면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처음 겪어보는 특성화고 시스템에서 일해야 했기에 걱정이 컸다.

그전 학교에서만 해도, 육아시간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쓰면서 근무했기에 4시 전엔 퇴근이 가능했다. 그래서 둘째의 치료 스케줄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특교자 신분이 된 둘째가, 이제 막 입학한 새 유치원에서 5시까지 있는다? 그럼 치료는 언제 다니지... 치료센터계의 황금시간대인 4시 10분 스케줄의 언어치료는 물 건너간다. 


복직을 앞두고 생판 처음 보는 교감선생님께 읍소를 시작했다. 첫째가 태어난 이후, 매년 인사철마다 읍소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아이가 멀쩡하게 잘 자라주면, 혹은 누구 하나 육아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내가 읍소했겠냐마는 5년 터울로 태어난 둘째는 더더욱 큰 문제를 안고 태어났기에 내 교직생활은 14년 차인 지금도 읍소로 한 해를 시작한다. 담임 빼주시오. 수업은 7교시를 빼주시오. 뭐 그런 송구스러운 부탁으로. 처음엔 염치없음에 일말의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으나 이제는 뭐, 염치고 나발이고 일단 내 아이는 치료실을 가야 하오. 그게 내 인생에서 더 중요하오. 뭐, 그런 식으로 살짝 뻔뻔해졌다. 


암튼 교감은 단호했다. 못 빼준단다. 담임이든 7교시든. 그냥 주는 대로 하라 하신다. 그러면서 육아휴직기간이 남아 있으면 더 쓰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갑질 아니 나며 펑펑 울며 온동네방네를 다니며 교감 욕을 하고 다녔지만, 결론적으로는 육아휴직을 연장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둘째는 유치원에 잘 적응했고, 나도 둘째에게 더 많은 정성을 쏟고, 그 사이에 틈틈이 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대망의 2학기 복직날이 다가왔다. 

복직 D-60부터 휴대폰 첫 화면에 띄워놓고 세어보기 시작했고, 시간은 무섭게 흘러갔다. 

나는 복직 후 나와 아이들의 생활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엄청나게 돌려보았지만, 결론은 '일단 새 학교에 가봐야 한다'였기에, 일단 얼렁뚱땅 첫날을 맞이했다. 다행히 첫 주엔 시어머니가 웬일로 지방에서 올라오셔서 아이들을 봐주셨고(초3 첫째는 개학도 안 함) 둘째 센터까지 데리고 다녀주셨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나고, 이제 내가 학교에 적응하는 것은 끝이 났고, 워킹맘으로서의 삶 시작.

나 혼자 발을 동동 구르지 않으리라고 그렇게 결심을 크게 하고 복직했기에, 오전 등원은 남편이 담당하고(하지만 남편이 이른 퇴근이 필요할 때는 가끔 내가 등원을 시키기도 하고), 오후에는 일단 5시에 유치원에서 픽업, 그리고 치료스케줄은 그 이후이다. 발달센터에 복직 2달 전부터 스케줄 조정에 들어갔던 덕분에 기가 막히게 5 시대 치료시간을 다 확보했다! 그리하여 6시 30분 전에는 다 끝이 나는 스케줄. 


첫째는 학원을 갔다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7시 즈음 집으로 온다. 비가 올 땐 좀 난감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땐 친구집에서 놀기도 하고 때론 와플대학에서 친구랑 와플을 사 먹으면서 앉아있기도 한다. 엄마가 복직해서 불편한 점이 있냐고 물으니, 가끔 낮에 집에 들르면 엄마가 있었는데 복직 후엔 낮에 엄마가 집에 없어서 좀 아쉬울 때도 있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고 한다. 너의 산만함은 여전하지만(혹은 더 심한지도 모르겠지만), 너는 적어도 엄마 퇴근까지는 어찌어찌 버틸 수 있는 독립심이 있는 초3으로 성장했구나. 


학교는 평화롭고, 우리 반도 대체로 아름답다. 기본적으로 나는 학교에 아무 불만이 없다. 내게 주어진 업무도, 담임이라는 사실도. 그냥 내가 학교에 와서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하고, 수업과 업무를 하고,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종례를 하고 일과를 마치는 것. 그 평범함이 나에겐 너무나도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었기에, 다시 돌아온 이 일상을 극히 사랑한다. 그러기에 조금도 대충 하고 싶지 않고, 충만하게 생활하고 싶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특히 우리 반의 특교자 아이에게는 더더욱, 정성 들여 대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 둘째는 나의 복직 사실이 아직도 힘들다.

'엄마 학교 가면 맑음이는 아빠랑 아침에 유치원 버스 타러 가고, 5시에 엄마가 유치원에 데리러 가면 같이 집에 오는 거야'라고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해서 알려줬건만, 3시-4시에 하원하던 애가 5시에 하원하려니, 그 1-2시간이 너무나 힘이 드는 모양이다. 어제는 낮잠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엄마 나는 5시에 집에 가기 싫어요! 4시에 데리러 와!' 하면서 엉엉 우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찡했다.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멋진 어린이는 5시까지 유치원에 있을 수 있대!라고 하면서 달래 보았다. 쉬이 둘째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복직한 엄마는 행복하다. 그리고 이 사실이 너에게 미안하지도 않다. 엄마는 학교에서 다시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내가 그토록 노력해서 얻었던 소중한 내 직업. 어쩌면 누군가에겐 평범하고 지겨운 일상일지도 모르는 고등학교 교사로서의 일이 엄마에겐 지금 세상을 다 가진듯한 즐거움이다. 직장인들은 월요일이 두렵다 하지만 엄마는 월요일이 너무나 기대된다. 그렇다고 주말이 싫다는 게 아니다. 주말은 또 주말대로 나의 아이들과 나들이 가는 일상이 즐겁다. 평일은 또 평일대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상이 즐겁다. 몸이 고되기는 하다. 그렇기에 새벽에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일찍 쉬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한 달이나 되어 이 생활에 적응이 되었으니, 글쓰기도 다시 시작하고, 너희의 성장에 대해, 그리고 나의 성장에 대해서도 글을 쓰기 시작하려고 한다.


그러니 둘째야, 부디 너도 이 현실을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5시까지 유치원에 있기 힘든 둘째를 위해, 나는 하원 도우미를 구하고 있다. 만약 적당한 사람이 안 구해진다면 또 그것도 괜찮다. 아이는 5시까지 지내는 것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인 것을. 더 이상 동동거리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에는 이제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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