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생각하느라
맑음이네 유치원 특수반 친구와 쿠킹클래스를 예약했다. 맑음이네 유치원 특수반에는 4명이 있는데, 두 명은 발달이 아주 느린 아이들이고, 오늘 같이 쿠킹클래스를 예약한 친구는 '도대체 이 아이가 왜 특수교육대상자인가'라는 의문을, 보는 사람마다 가질법한 정상발달에 가까운 아이이다.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 위치하는 맑음이가 있다.
쿠킹클래스는 내가 먼저 하자고 그 집에 제안했고, 그 집은 아들 하나인 집이라, 약속을 하면 꼭 엄마 아빠가 세트로 나온다. 나는 언젠가부터 엄마아빠가 같이 모이는 아이의 친구 모임에 혼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이 익숙하면서도 불편했다. 일단은, 내가 남편과 함께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 마음이 불편했고, 과하게 다정한 남편들을 보면서 왜 나에게는 이번 생에 그런 것이 주어지지 않았는가에 대해 또 씁쓸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더더욱 그랬다. 몸이 안 좋았고, 아이들은 매일 크게 작게 사고를 치고 있고, 나는 다음 주에 있을 수학여행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거의 정상 발달에 가까운 친구와의 쿠킹클래스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대비는 나를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친구는 식재료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할 때 맑음이는 무의미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가끔은 멀쩡한 것 같다가도 꼭 이런 상황에서 자폐스펙트럼 티를 팍팍 내주시는 게 우리 아들의 특징이다.
쿠킹클래스에 다녀와서 맑음이와 첫째를 데리고 또 동네 공원에 갔다. 우리 맑음이는 운동신경이 참 좋다. 맑음이보다 더 큰 아이들도 무서워서 잘 못 올라가는 놀이기구에 성큼성큼 겁도 없이 올라가더니 또 성큼성큼 겁도 없이 내려온다. 엄마랑 전망대에 올라가 보자고 했더니 또 좋다며 같이 나지막한 산길을 후다닥 올라간다. 몸을 쓸 때는 이상한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냥 이런저런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서 조잘조잘 얘기해 준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너인데, 아까는 왜 네가 부끄럽다는 마음이 들었을까. 아까는 왜 또 내가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몸이 안 좋아서 8시부터 맑음이를 재우며 잠들었다가, 새벽 1시쯤 깨어버렸다. 애매하게 깨서 뭔가 하기도 그렇고 해서 이전에 인스타그램이니 페이스북에 올렸던 사진들을 올려다보다가, 또 문득 맑음이가 없었을 적, 첫째와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세상에 못할 일이란 없을 것 같은 생각으로 살았던 그 시기의 나와 남편과 첫째를 보니 오랜만에 울컥해졌다. 내가 맑음이를 낳고, 아이의 발달의 어려움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오랫동안 허우적댔던 그 우울의 늪으로 다시 빠져들어갈 것만 같아서 벌떡 일어나 노트북을 켰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날들에 대해 슬퍼하지 마라.
앞으로 뭘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자.
오늘은, 또 맑음이의 친구네 가족을 만나고 와서 유발된 그 씁쓸함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을 뿐이다. 또 시작되는 다음 한 주는 더 씩씩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며,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과감히 미련을 버리며,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이제 눈물을 거두고,
또 한 주를 준비하자.
또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