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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약 부작용

우울함이 몰려온다.

by 메이

올 초, 1월에 4학년을 앞두고 첫째는 풀배터리 검사를 받았고, 예상했던 대로, 빼박 ADHD 소견을 받았다.

녀석은 정말 착하고 순한데,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고, 덩달아 말도 너무 많다.

엄마입장에선 녀석이 사랑스러운 말도 많이 내뱉지만, 상황에 맞지 않게 불쑥불쑥 나오는 말 때문에 주변의 오해도 많이 받아온터였다.

그리하여 키가 안크는 것 때문에 1년 가까이 단약했던 ADHD 약 복용을 다시 시작한 것은 2월 말.

식욕부진의 부작용이 덜한 아토목세틴으로 약을 변경하고 새학기를 맞이했다.


그렇게 10mg, 18 mg에서 25mg 까지 증량하며 한달 반 가량을 지내고 담임 선생님께 상담차 전화를 드렸다. 요즘 세상이 어떤가요? 수업태도는요? 말이 좀 많지 않나요? 3학는 때는 수업시간에 수업 외 다른 얘기를 한다는 피드백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등등, 한마디로 '약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추격 질문들을 담임 선생님께 맹렬히 던졌더랬다. 선생님의 대답은 말이 많은 것은 맞지만 수업시간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고, 다른 애들도 그정도는 한다 하신다. 오히려 수업 태도가 좋고, 수업 과제를 끝까지 끝내려는 집념도 있어서 문제가 없어 보인다. 라고 하셨다.


약효과가 제대로 있군.


아이가 3월부터 다니기 시작했던 대형 어학원 담임 선생님께도 전화를 했다.

세상이 태도는 어떤가요?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나요?

어학원 선생님께서도 아이가 숙제양도 많고 힘들텐데 잘 적응하고 있고 수업태도도 좋다고 하셨다.


아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습 공간에서 이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나니 약효과가 제대로 있는 듯 느껴졌다. 그리고 그 날 오후 ADHD 약을 추가적으로 받으러 갔다. 더이상 증량하지 않고 25mg을 45일치 받아 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요 며칠아이가 요즘따라 잘 운다. 평소에 전혀 보이지 않던 모습이다.

혼자 방에 가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가 들키면 내게 폭 안겨서 눈물을 닦는다.


이유인즉슨,

- 나는 밖에 나가기 싫고 집이 좋아

- 친구들이 내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이건 뭐 하루이틀일 아니고, 애가 말이 너무 많으니 친구들이 다 수용을 못한다고 유치원 때 부터 피드백을 받았던 터)

- 친구들이 내가 축구 못한다고 무시해.


근데 그 이유들이, 얼마전 까지만 해도 그냥 그러려니 했던 것들이었다. 축구도 친구들이 못한다고 무시한다 그래서 축구학원도 10월부터 다녔던 터, 갑자기 울고 난리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아, 이거 약 부작용이구나. 감정 널뛰기 한다더니 그게 이거구나. 감정에 무던하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우는 것을 보니, 이건 안될 일이다.


우리아이에게 메디키넷은 식욕부진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진짜 안먹어서 키가 크질 않았다

아토목세틴의 부작용은 우울이었다. 식욕부진보다 우울이 더 무섭다는 생각에, 나는 업무를 하면서도 불안했다.


그리고 약 처방 받은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의 상태를 말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했더니,

의사선생님께서 주신 답변은 '단약'이었다.

2주 정도 단약해보자.

이건 약 부작용이 맞다고 하신다.


그래서 오늘부터 2주간 단약을 해보려고 한다.

약 용량을 조절하느라고 이 시도 저 시도 해보며 마음 고생 많이 하는 부모들의 글을 네이버 카페에서 본 적이 있는데, 우리 아들도 그러하구나. 오늘 아침 약을 먹지 않고 학교 - 피아노 학원- 축구학원을 다녀온 저녁의 아들은 나를 보자마자 침을 튀기며 또 쉴새없이 말을 해댄다. 녀석에게 동생이 유치원에서 간식을 먹다가 체해서 토했다는 얘기를 했으나 그 말이 귀에 들어가긴 했는지 별 반응이 없고 자기에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신나게 얘기한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천진난만하게 떠들어대는 너와의 대화가 내 입장에선 늘 유쾌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네가 지금처럼 밝았으면 좋겠다.

네가 이 성장해나가면서 늘 긍정적일 순 없겠지만 대체로 긍정적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일단 2주 단약.

그리고 너의 산만함은

일단 감내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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