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처음부터 두 아들 엄마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딸 하나는 낳을 줄 알았다.

by 메이

20대 때 결혼하겠다는 몹쓸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어쨌든 29살에 연애기간이 1년도 안 되는 남자와 결혼했고, 그리스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첫째 아이가 생겼다. 결혼 후 4주 만에 처음 임신을 확인하고 엉엉 울면서 남편에게 전화했던 것이 기억난다. 지독한 워커홀릭에 대학원까지 다니고 있던 나는 그렇게 뜻밖에 엄마가 되었다.


아이의 성별에 대해서는,

남편은 강하게 딸이 갖고 싶다고 얘기했다.

나도 웬만하면 딸이 갖고 싶었다.

그러나 남편과 나는 성별을 확인하는 16주 차 산부인과 진료에서 씁쓸한 마음으로 아들임을 확인했고, 괜찮아 아들도 예쁜 짓 귀여운 짓 많이 할 거야 잘 키우면 되지 뭐 하며 마음을 다잡고 출산을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암튼 아들은 5살이 되었고, 나는 휴직 중에 둘째를 임신하게 되었다.

아마 아들 엄마들은 매한가지이겠지만, 둘째는 그래도 딸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있었을 거다.

심지어 아들 둘 가진 시어머니께서는 꼭 딸이 있어야 한다며 임신 초기부터 예쁜 여자애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라고 할 정도로 시댁에서도 여자애 타령이었다. 아니 어머니 그러다가 저 둘째도 아들이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싶을 정도로 서운하게 딸 딸 하셨다.

그렇게 불안하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16주 차 성별 확인을 갔는데, 아뿔싸,

또 아들이네.


나는 산부인과에서 나오는 길에 그만 눈물이 울컥 터져버리고 말았다.

둘째도 아들이어서 내가 속상하다기보다는(물론 전혀 속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목석만큼 무뚝뚝한 남편이 딸바보 하는 모습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번 생에서는 글렀구나 싶어서 눈물이 나왔다.

"괜찮아, 아들 둘 잘 키우면 되지"하며 우는 나를 달래주는 남편의 마음은 나만큼이나 쓰라렸을 거라는 것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우리가 첫째 하나일 때 어디든 다니면서 아들 둘 이상 부부를 보면 "어이쿠, 힘들겠네" 하며 숙덕거렸기 때문이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그 심정을 안다더니, 그들도 처음엔 이런 심정이었겠지.


다행히 나는 임신을 하고도 크게 건강이 나빠지는 일도 없고, 체중이 심하게 늘지도 않고 무난하게 임신 기간을 보냈던지라 순탄하게 둘째를 출산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활동량이 많은 첫째가 있기에 둘째가 100일 지나고부터 서는 이래저래 많이 외출을 다녔다.


그러면서 겪고 싶지 않았던 일,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아이고 그래도 엄마한테는 딸이 있어야 하는데."

"아들 둘 힘들겠네~~ 고생길이 훤하네.."

"셋째도 도전해봐. 딸일지 누가 알아."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나서 심장이 벌렁거릴 것 같은 말들을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들어야만 했고, 화낼 기회도 받지 못한 채 그런 무례한 말들을 감내해야만 했다.

심지어는 출장 세차하러 온 아저씨 한 테까지 "아들 둘 엄마였네? 어쩐다~~" 하는 얘기를 듣고서는

세차고 나발이고 빨리 돌아가시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으니 뭐..

길에서 지나가는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이 내 손잡고 걷는 첫째와 유모차에 탄 둘째를 보고, 또 내 얼굴 한 번 보고, 뭐라고 말하고 싶은 눈빛을 캐치하면 나는 냉큼 "네 저 아들 둘입니다. 괜찮습니다. 알아서 잘 키울게요." 하고 싶었다. 아니 유모차에 "네, 맞아요. 아들 둘 엄마예요. 아무 말하지 마세요, 그런 눈빛도 보내지 마세요"라고 적어 놓고 가고 싶었다.


괜히 딸의 단점을 찾아보려고 애쓴 것도 사실이다. 머리카락이 길어서 한평생 일 할 워킹맘인 나에게는 힘들다. 이것저것 요구가 많아서 피곤하다. 감정싸움으로 피곤하다. 어쩌고저쩌고...

그럼에도 가슴 한구석엔 '그 피곤함을 느껴보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컸다.




둘째가 돌이 지나고 나는 복직을 했다.


육아가 체질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나는 영어 교사라는 내 직업을 참 좋아한다.

나는 남자 고등학교에 근무 중인데,

어쩌다 수업시간에 관련 지문이 나와서 형제인 사람 손들어보라는 쓸데없는 통계를 내보았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엄마 힘드시겠다. 아무쪼록 애교도 부리고, 잘해드려"

라고 얘기한 건, 정말 마음 깊숙이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었다.

그러면서 퇴근길에 생각했다.


나는 아들이 둘이라서 육체적으로 힘든가?

딸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심리적으로 힘든가?

아니면 그냥 애가 둘이라서 힘든가?


셋다 정답.

그러나 복직 후 정신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두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니 내가 아들 둘 맘이라는 사실에 대한 피해의식(?)은 많이 사라졌고, 그냥 나이 차가 커서 요구사항이 다른 두 아이의 엄마라서, 그리고 주말부부라서, 그리고 주변에 나에게 도움을 줄 가족이 없어서, 그래서 힘든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들들은,

하루하루 버둥버둥 살아가는 엄마 밑에서

그냥 그들 나름대로 하루하루 잘 성장하는 중일뿐인데,

몹쓸 내 마음이 힘든 거였다.



하루하루 덤덤하게 성장하고 있는 우리 아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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