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면접은 그가 보았으니까요.
2주 전 토요일, 지역 발명영재 시험 면접을 보러 간 세상이를 기다리며 카페에서 글을 썼다. '맞아, 그거 엄마 욕심이야'라고. 그 전날 세상이는 게임 및 게임 영상 시청 때문에 밤 11시 반까지 나에게 실컷 혼이 나고 질질 짜다가 다음날 아침 헐레벌떡 면접을 갔었더랬다. 그랬던 그 아이가 발명 영재에 합격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굳이 하자면, 세상이가 지원한 지역공동발명영재학급은, 우리 교육청에서 무려 11개 학교에서 운영하고, 초4 중에 무려 220명이나 뽑는다. 우리가 속한 지역인 서부지역에는 26개 초등학교 4학년 중에서 20명을 선발하는 것인데, 1차 서류심사인 지원서를 쓰는 건 거의 '엄마 몫'이거나 '학원 몫'이고, 학교장 추천을 받아 면접을 보는데, 이번에 면접대상자는 30명이었고 그중 2명은 노쇼였다. 그러니, 면접에서 하위 8등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합격.
뽑기로 5개 조를 나눠서 면접을 하는데, 1조를 뽑았다면 아주 빨리 면접장에서 나오고 운 없게 5조를 뽑았다면 맨 마지막에 배를 골아가며 기다렸다가 면접을 봐야 하는 것이었는데 역시나 우리 아이는 5조를 뽑았고, 나도 그렇게 꼬르륵 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면접장 앞에서 기다렸다. (나도 임용 때 면접조 뽑을때 제일 마지막조를 뽑아서 배 고파하며 기다렸던 기억이 데자뷰처럼 겹쳐졌다.)
어쨌거나 세상이는 난생처음 면접을 보고 왔고, 면접에서 어떤 문제가 나왔냐고 물었더니 '그건 선생님이 절대 비밀로 하라고 하셔서 말할 수 없다.' 라며 대답을 일축해 버렸다. 나도 기출문제 검색을 엄청나게 해봤는데 진짜로 인터넷상에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초등학생들이 이렇게 말을 잘 듣는 애들이었어?! '엄마는 절대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 거니까 조금만 얘기해 주면 안 되냐'라고 부탁했더니 사실 문제 기억이 잘 안 난다는 대답... 과 함께 로봇과 관련된 질문이었는데 자신이 대답은 그럭저럭 잘한 것 같다는 대답 안 해준 것만 못한 답변을 내어놓았다.
나는 문득 28명 중 20명 선발인데, 우리 아이가 그 8명 중 한 명이면 어쩌냐는 고민에 빠졌다. 아 그럴 수도 있다. 우리 아이는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이 참 부족하다.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삼천포로 빠지는 정도가 아니라 안드로메다 은하로 가버린다. 그러니 면접의 긴장과 더불어 얼마나 우주를 떠돌다 왔을지 생각하니 아찔했다. 그 와중에 5조를 뽑은 멤버로 끝까지 기다렸던 타학교의 전우(?)와 전화번호를 교환하며 인사하고 나오는 너를 보니, 면접은 둘째치고 너의 사회성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는 사실에 감격. 하지만 '저 친구는 어디 학교래?' 하고 물었더니, 그건 모르겠다고 했다. 흠. 그리고 그 이후 단 한 번도 그 친구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래서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영재학급 발표는, 우리 부서 회식 중 문자로 났는데, 합격이다. 뭐?!!!!!!!!!!!!!!!!!!!!!!! 합격?!!!!!!!!!!!!!!!!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더니, 아이도 매우 기뻐한다. 지원서는 그렇다치고 어쨌든 자신이 5조를 뽑는 바람에 끝까지 기다려서 고생해서 면접을 봤다 이거다. 아이와 노트북으로 합격자 등록을 하면서 '국가의 지원 하에 영재 수업을~'과 같은 문구를 같이 읽으며 어깨가 올라간 너를 보니, 이 고생은 할만했다 싶다. 돈드는 것도 아니고. 5,6학년 2년동안 토요일 오전 매주 너를 영재학급에 바래다주는 일은 둘째를 센터에 데려다 주는 일 보다는 살짝 더 많이 아니 아주 많이 기쁠거다.
적어도 이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들로 너의 성장에 도움이 되길. 네가 발명가가 되진 않을지언정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내용들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길. 수익자 부담의 토요 방과후 학교보다는 퀄리티가 높은 수업일테니까, 그리고 '선발'된 아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수업에 임할 수 있길 바라며, 너의 미래를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