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젖어 문제를 잊고 있었을지도
맑음이와 한양대 자폐 임상연구에 참여한 것이 벌써 2년 전이다. 무료로 ADOS 검사(자폐 진단 검사)와 지능검사를 해준다는 말에 덥석 신청했고,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주 안정적인 자폐군.’
그로부터 2년 동안 우리는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다. 아이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애썼고, 동시에 나의 삶과 커리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피눈물을 흘렸다. 맑음이는 통합 유치원에 적응해 잘 다니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을 만큼 감사하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아이이고, 언제 ‘엄마’라고 불러줄까 목 빠지게 기다렸는데 이제는 엄마뿐 아니라 하루 종일 수다를 떠는 아이가 되었다. 그 또한 큰 선물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호작용에는 뚜렷한 어려움이 있다. 몇 년 전의 맑음이와 지금의 맑음이를 비교하며 이 아이가 얼마나 ‘인간’이 되어 왔는지를 생각하다 보니, 다른 아이들이 얼마나 자랐는지는 애써 흐린 눈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아이가 한 걸음 나아갈 때, 다른 아이들은 한 걸음 반, 혹은 두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아이들과 함께 초등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는 점이 요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이유다.
어제는 추적검사로 다시 ADOS 검사를 받고 왔다. 한양대에서는 감사하게도 검사자와 직접 면담하며 질문을 할 수 있다. 검사자는 맑음이가 말을 잘하긴 하지만 소통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발음에도 여전히 심각한 어려움이 보인다고 했다. 말의 톤도 모노톤(자폐 톤)에 가깝고, 듣고 말하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학교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돌직구도 함께였다. 익숙한 이야기였다. 심각한 문제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질문할 차례였다. “우리 아이, 지금 장애 등록이 가능할까요?” 검사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으니, 지금 가능한 한 빨리 등록을 진행하라고 조언했다. 그럴 줄 알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 다음 주에 결과를 들으러 갑니다.
그동안 긴가민가했던 것은 결국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담할 때 늘 이렇게 말해왔다. ‘주변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 비교는 득보다 실이 더 많아.’ 살아보니 정말 그렇더라. 그런데 맑음이는 주변을 보지 않을 수 없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도, 또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 이 아이가 자신의 ‘다름’을 인지하고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상대방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로 타인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에, 약물치료와 인지치료 역시 차분히 이어갈 생각이다.
검사를 받으러 가는 과정도 힘들고, 결과를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쓰라리다. 그럼에도 검사는 옳다. 익숙함에 젖어 문제를 보지 못하는 나의 아둔함을 깨워주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올 한 해, 잘 준비해보자. 맑음이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