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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소아정신과

상큼하게 한주 시작!

by 메이

학교는 기말고사가 시작되었고, 첫날인 월요일에는 협의회도, 다른 일정도 아무것도 없다. 소아정신과에 가기 딱 좋은 날이다. 월요일 오후 2시의 동네 소아정신과는 붐비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맑음이를 유치원에서 1시 20분쯤 데리러 갔다.
“어디 가요? 집으로 가요?”
묻는 너에게 우리는 큰 놀이터에 갈 거라고 말했다. 다만, 선생님을 먼저 만나고 나서.


우리가 월요일 2시에 간 소아정신과는 첫째 세상이에게 처음 ADHD 약을 처방했던 곳이다. 나는 이 병원에 트라우마가 있다. 세상이에게 처음 ADHD 약이 처방되던 무렵, 맑음이는 두 돌쯤이었고 이미 뚜렷한 자폐 성향을 보이고 있었다. 세상이는 이곳으로 일주일에 한 번 사회성 언어 짝치료를 다녔다. 퇴근 후, 나는 두 돌 된 아이와 ADHD 약을 먹는 아이를 차에 태우고 매주 40분을 달려 이곳으로 왔다. 아, 그 수업도 월요일이었다. 아이가 수업을 받는 40분 동안,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둘째와 버티느라 나는 미쳐버릴 것 같았고, 상담이 제대로 될 리도 없었다.

아, 그때 나는 이 병원에서 우울증 약도 처방받았지.


어쨌든 이 병원은 근처에 오기만 해도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곳이라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3년 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첫째가 사회성 언어 짝치료를 받으러 다니던 당시, 의사 선생님이 둘째를 보며 하셨던 말 때문이다.

“세상이처럼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당장 제도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도움을 다 받으셔야 합니다.”


그 초진 기록이 이곳에 남아 있다. 지독한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곳을 찾은 이유는 바로 그 도움을 받기 위해서, 정확히 말하면 장애 등록에 필요한 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선생님은 3년 만에 다시 만난 맑음이와 먼저 면담을 하신 뒤, 맑음이와 분리된 상태에서 나와 상담을 하셨다.
나는 말했다. 18개월부터 둘째 치료에 매달려 왔지만, 자꾸 한계가 보인다고. 더 늦기 전에 아이에게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고 싶다고.


그러자 선생님은 바로 장애 등록에 필요한 검사 일정을 잡아 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머님, 맑음이 처음 왔을 때 완전 무발화였고 증상도 꽤 심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정말 많이 컸어요. 어머님이 어떤 부분을 걱정하시는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런데 자폐 성향이 있어도 성장을 해 나가는 아이가 있고, 그 성장이 아주 더딘 아이가 있어요. 이 둘은 예후가 정말 다르죠. 맑음이는 자신의 성향을 누르면서, 성장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들을 많이 꺼내온 아이예요. 어머님 노력 덕분이겠죠.”

오열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오열하러 온 게 아니니까.
“맞아요. 그래도 한계가 보이니까, 이렇게 또 선생님을 찾아왔네요.”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맑음이와 약속한 대로, 야외의 큰 놀이터에 갔다. 날은 차가웠지만, 평일 낮에 소아정신과 진료를 마치고도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은 월요일이었다.


장애등록이 중요한 사실은 아니다. 네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엄마눈에는 그저 천사같은 너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사회로부터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주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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