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도

by 오선희

첫 번째 시도. 봄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은 전기장판을 켠다. 뜨끈하게 데워진 이부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마음을 안정시킨다. 최근에 나는 기분 나쁜 것을 조금도 참지 않았고, 대면으로든 비대면으로든 언쟁이 오가는 경우가 종종 생겼으며, 언짢은 기분이 계속되면서 잠이 방해받는 날을 지내고 있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가서 내가 어떻게 말했어야 했나 복기해 보고, 한 세 마디쯤 재구성하고 나면 ‘난 정말 잘못이 없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계속 화가 난 상태고, 내가 100% 맞아서 억울한 상황이라면 괜찮을 텐데, 어느 순간 내가 부끄러워지고 후회가 밀려오니 죽을 지경이다. 다음엔 그냥 허허 웃으며 상황을 보내 보겠다 생각하는데 같은 상황이 오면 잘 안 된다. 이럴 것 같아서 쉽게 눕지 못한다. 책을 펴들고 찬찬히 읽었다. 머릿속을 책 속의 문장으로 채웠다. 한참 읽다가 SNS도 뒤적거리다가 누웠다.


두 번째 시도. 책만 읽을 걸 그랬다. SNS는 괜히 봐가지고 머리가 각성되었나 보다. 눈은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고, 눈물이 차오른다. 소매로 눈물을 찍어 지워 버리고,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렇게 쌈닭이 되어서야 따뜻한 글을 쓸 수나 있을까.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들에서 자꾸 화만 나는 이상한 병에 걸린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도 든다. 그러다가 몸이 안 좋은가, 사람이 몸이 안 좋으면 자꾸 짜증이 난다는데, 그러고 보니 아랫배가 살짝 땡기는 것도 같고, 뭐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다시 또 몸이 병들어 시들어가는 내 모습이 상상이 되어서 잠을 설친다. 가뜩이나 비염이 있어 누워 있는 게 힘든데,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순간 코도 막혀 오니 더 힘들다. 그냥 일어나 안기로 한다. 컴퓨터를 켜고 이것저것 일 처리를 해 본다. 그러다가 다음주 학생들에게 줄 단어 시험지까지 만들고, 글도 써 보았다가 몇 번을 뒤엎었다. 눈이 시큰하다. 지금은 새벽 4시. 이제 잠이 올 건가 보다.


세 번째 시도. 이번엔 방에 들어가지 않고 거실 소파에 누웠다. 이불을 가지고 와 덮고 옆으로 돌아 누워 눈을 감았다. 소파는 그리 넓지 않아서 쪼그려 누워야 하는데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경험상 세 번째 시도에는 분명 잠이 들었기에 안심이 되는 마음이 들었다. 결국 이 시간까지는 버텨야 하나 보다. 여기에도 버텨야 하는 게 있구나. 소파에 누우면 집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것 같다. 내가 일하다가 잠시 옆으로 미뤄둔 것들도 다 보인다. 다행히 내일은 일이 없다. 미뤄둔 것들을 내일 당장 해야 할 일은 없어 다행이다가도 내가 요즘 여유가 있어도 너무 있어서 이런 상황이 되었나 싶기도 하다. 옛날엔 혼자서 미술관도 가고, 영화도 보고, 서점도 갔었는데, 요즘은 그냥 집에 있는 게 나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밖에 나갔다가 또 쌈닭이 될까 봐. 근데 최근에 싸운 건 집에 있는 중에 카톡으로 싸운 거니, 집에만 있어서 될 일도 아닌 것 같다.


세 번째 시도 만에 잠이 들었다. 다행이다. 소파에 찌그러져 있던 나는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에 의해 발견되었고, 다시 침대로 옮겨졌다. 감기는 눈을 부여잡고 “대충 해, 열심히 하지 마”라고 인사를 건넸다. 남편이 애쓸까 봐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이번엔 세 번째에 잠들었지만, 다음엔 아예 아침 해를 보게 되면 어떡하지, 애써도 잠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다. 애쓰기만 할까 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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