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아직도 새로 짓는 건물들이 많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되면 국방색의 작업복을 입고 무리 지어 식사를 하러 이동하시는 아저씨들을 만날 때가 많다. 건설 현장 근처에는 함바집이 반짝 생겼다가, 건물이 다 지어질 때쯤 사라진다. 함바는 일본어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밥을 먹는 장소’라는 뜻이고, ‘현장 식당’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함바집에는 건설 노동자분들만 가시는 게 아니라, 반찬 고민하기 싫은 나 같은 사람도 많이 간다.
그래도 함바집의 주 타겟층은 노동을 하시는 분들이다 보니, 매일의 메뉴에는 ‘고기’가 빠지지 않는다. 열량을 마구마구 제공해 줄 고기가 빠지지 않고 나와야 아저씨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저씨들은 음식에 한 번 만족하면 그 음식점에 대한 충성도가 견고히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고기가 나오지 않는 날에는, 소시지라도 반드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기와 소시지를 사랑하는 나에게는 이 곳이 곧 천국이라 말할 수 있겠다.
또, 함바집 요리사 이모님들은 모두 우리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분들이셔서, 더욱 정감이 간다. 어느 날은 메뉴에, 된장을 풀어 시원하게 끓인 배춧국이 있었는데, 국물 한 숟갈 마시고는 아재 스타일로 “으아~ 좋다”라고 하니, 요리사 이모님이 “배춧국 맛있지? 오늘 잘 됐어”라고 친근하게 말도 걸어주신다. 그러면 난 또 양손 엄지를 번쩍 치켜세우고 “진짜 맛있어요, 다음에도 또 해 주세요.”라고 우리 엄마에게 말하듯 해 버렸다. 그 말에는 ‘제가 계속 올 테니, 건물이 다 지어져도 계속 이 자리에 계셔 주세요’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오지랖이 풍부한 나는 가끔, 다른 사람의 고민을 대신할 때가 있다. 음식점에서 다른 테이블과는 달리 유독 메뉴가 늦게 나오는 테이블이 있다면, 나는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내가 주문한 음식은 내 앞에 이미 나온 상태이고, 난 내 음식에 집중하면 되는데도, 음식을 기다리면서 짜증의 게이지가 점점 높아지고 있을 그 테이블 걱정이 되는 거다. 연예인들이 서툰 솜씨로 음식을 제공하는 바람에 자주 주문 실수가 발생하는 상황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내가 잠자코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함바집에는 이러한 걱정이 있을 턱이 없다. 큰 접시에 자기가 먹을 만큼만 떠서, 심지어 다 먹고 또 떠서 먹는 함바집에는 음식이 늦게 나와 짜증이 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거친 노동을 하고 오신 분들은 반찬 투정을 절대 하지 않으신다. 그냥 묵묵히 허기를 채우고, 휴식을 취하실 뿐이다.
함바집에 가면 이렇듯 노동을 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정직하게 땀을 흘려가며 노동하신 후, 따뜻한 밥 한 숟갈에 다시 힘을 얻는 분들을 보면, 나도 다시 힘을 얻는다. 내가 하는 일도 그분들이 하시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은 노동이기에, 고민하지 말고 정직하게 하던 일 쭉 하면 된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값진 교훈을 얻는다. 이것저것 고민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밤을 꼴딱 새우고 동이 틀락말락 한 시간이었다. 무심코 창문 너머 바깥을 보았는데, 나처럼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함바집. 새벽에 출근해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이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은 나에게 왠지 모를 위로를 안겨 주었다. 잠 들지 못하는 밤에는 나머지 공부를 하는 학생처럼, ‘잠’이라는 임무를 수행하지 못해, 불안하기만 했었는데, 그 시간을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니, 그냥 나도 그 시간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면 되겠지, 눈 앞에 놓인 아침을 받아들이면 되겠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도 지금 나가 저곳에서 밥 한 끼 먹고 싶다’라는 생각도 했다.
메뉴 고민하고 싶지 않을 때, 함바집 요리사 이모님들이 만들어 주신 오마카세가 먹고 싶을 때, 산더미처럼 고기를 퍼서 먹고 싶을 때, 반찬 투정하지 않는 성실한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을 때, 나는 함바집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