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그의 이야기 3

그리고, 그날 밤

by Brightly


그녀는 병에 조금 남은 와인을 자신의 와인잔에 반, 그의 와인잔에 반 나누어 따랐다. 벌써 세 병째였다. 그녀도 그도, 조금씩 취기가 오르는 듯했다. 와인과 함께 먹으려고 포장해 온 해산물도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창 밖 멀리 바닷물에 반사된 불빛들이 마치 별이 반짝이듯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불을 끄고 이렇게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그는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흐르는 피아노 선율과, 마치 그 선율에 맞추어 흔들리는 듯한 바닷물이 꿈결같이 느껴졌다.



"... 그러네요... 마치 꿈같네요..."



그는 저도 모르게 내뱉고 나서, 조금 당황했다. 꿈같다니, 마치 이 순간에 자신이 흠뻑 빠졌다는 뜻이 아닌가? 아니, 그녀에게 흠뻑 빠졌다는 의미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는 왠지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마음에 당혹스러워, 그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말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와인잔을 들고 창 밖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남은 와인을 비웠다.



"우리, 그러고 보니 아직 서로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네요."



그녀가 예고도 없이 그에게로 시선을 향하며 말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미처 눈을 피하지 못했다. 그와 그녀의 눈빛은 곧장 마주쳤다. 그는 그녀의 곧은 눈빛에 붙잡힌 것 같다고 느끼며, 예상치 못했던 그녀의 말에 대해 대답할 말을 쉽사리 찾지 못해 당혹감을 느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녀는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말을 하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는 두 눈에만 궁금증을 내비친 채 침묵을 유지했다. 그녀의 말은 무슨 의미일까. 서로 이름을 물어보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살다 보면... 서로 아무것도 모르고, 그 덕분에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관계도... 필요한 걸지도 모르니까?"



그녀는 마치 그의 입에서 차마 흘러나오지 못한 질문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멍하니 넋을 잃은 그의 - 살짝 땀이 배어 나와 습기가 느껴지는 - 두 뺨에 손을 뻗어 부드럽게 감쌌다. 그는 그녀의 따스한 손이 마치 솜사탕같이 달콤하다고 느끼며,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감았다. 그는 마치 꿈을 꾸는 듯 붕 뜬 상태로, 그녀의 설탕 같은 입술이 그의 마음을 헤집고 유영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내버려 두어야만 했다. 몽롱한 정신 속에서 그는, 그녀의 입술이 그의 귓가에서 - 마치 보드랍고 하얀 깃털로 간질이듯이 - 아주 자그맣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고 느꼈다. 잔 파도가 부서지는 듯,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서 부서졌다.



"나중에.......... 면,......... 요."



그러나 다음날 아침 햇살에 눈을 뜬 그는, 그 기억이 정말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와인으로 인해 무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기억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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