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

퇴사를 결심하고 울었다는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

by Brightly




사랑하는 oo에게...



몇 달 전, 긴 취업준비 끝에 전망이 좋아 보이는 스타트업에 취업했다며, 기쁨 넘치는 소식을 전했던 네가,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고민이 많고 힘들었을지. '어제 다 울었어요.'라는 네 말에, 나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잠시 먹먹해진 마음을 다독여야 했어.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 얼마나 속상했을까.



얼마 전, 회사생활에 대한 고민을 나누던 중 네가 물은 적이 있었지. '언니는 그렇게 약한 몸으로 어떻게 지금까지 버티셨어요?' 그리고 나는 대답했었지. '내가 솔직히 말하면 네가 무리할까 봐 걱정돼. 나는 정말 미련하게 버텼으니까. 도망가지 말라고 해서, 그냥 울면서 버텼어. 그래서 몸도 망가지고 마음도 망가지고... 회복이 되기는 했지만, 흉터는 남았지. 많이 성장할 수 있었지만, 왜 그래야만 했었는지에 대한 원망도 적지 않고...'



일 년쯤 전이었다면, 나는 네게 다른 얘기를 했을지도 몰라. 네가 힘든 것은 알지만, 조금 더 버텨보는 게 어떻냐고 물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있잖아, 그렇게 내가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 보니, 결국 나의 마음속에 슬픔과 분노와 원망이 깊이 자리 잡게 되더라고... 사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나 나름대로는 비장한 각오가 있었기에 거쳐왔던 길들이고, 진심으로 그 과정이 가치가 있었다고는 생각해. 하지만, 그 상처도 작지 않았기에 나는 정말로 네가 나처럼 미련하게 버티지는 않기를 바랐어. 할 수 있을 만큼만 하기를 바랐어. 그래서, 네게 도저히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고 얘기했었지.



그 후 며칠 동안 네 생각이 참 많이 났어. 얼른 얼굴이라도 보러 가야 하는데, 얼른 영양제랑 입욕제를 전해줘야 하는데... 지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 텐데.



그러고 나서 며칠 후 퇴사를 결정했다는 네 얘기에, 솔직한 마음으로 나는 우려보다는 안도감이 컸던 것 같아. 사람들은 무슨 얘기를 네게 했을지 모르겠어. 누군가는 네게 지금처럼 취업난이 심한 때에 그만두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참견을 했을 수도 있고, 믿음으로 조금 더 버텨보라는 조언을 했을지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나는 진심으로 네가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했어. 네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결국 너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그리고 너 자신을 지키는 것은 결국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이 편지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혹시라도 너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를 걱정하고 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시 취업준비생이 된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는 결단을 했다는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응원하고 싶었기 때문이야.



인생은 길고, 우리가 앞으로 살아야 할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있어. 너의 재능은 눈부시고, 아직은 배우고 성장할 기회들이 많이 있지. 탁월함에 대한 너의 갈망과 너의 꾸준함을 지켜봐 오면서, 나는 너의 미래를 진심으로 기대하게 되었어. 네가 정말로 멋진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어. 그렇기에 조금 더 용기를 내라고, 확신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네가, 좁은 세상에 갇혀있거나 벌써부터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바라. 짜인 매뉴얼이 없는 스타트업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사수 없이 일을 배운다는 것은 정말 막막한 일임에 틀림없고, 조금은 느린 듯 꾸준한 너의 속도와 다르게 재빠르게 이것저것 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단번에 맞추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객관적 시각이라는 말로 무장한, 매정한 평가와 냉정한 요구가 빗발치는 세상 속에서 사회초년생인 네가 버틴다는 것이 힘든 일이 당연해. 그러니까, 괜찮아. 조금 쉬어가자. 혼자 일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좋은 일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쉬어가면서 몸도 마음도 조금 더 건강해져서 다시 용기가 나고 힘을 낼 수 있는 때가 오면, 그때 다시 부딪혀보면 되는 거야.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나 할까...? 나중에 네가 성공한 디자이너가 되면, 어느 강연장에서 지금의 얘기를 사람들에게 나누면서, '그러니까 괜찮아요. 용기를 내요.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게 되는 거야. 너의 스토리를 들은 사람들이 너를 통해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 거야. 어때, 멋지지? 부족함이 많은 선배지만, 나도 그 과정에서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네 삶 속에서 늘 새 일을 행하시며,

모든 것을 선하게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탁월한 디자이너가 될 너의 앞날을 축복하며.



이만 편지를 맺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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