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꿈 이야기

영화 같은 꿈을 꾸었다.

by Brightly



가스통 르루는 어느 날 꿈을 꾸고 난 후, 꿈이 너무나도 인상 깊어 그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된다. 꿈을 잊어버리기 전에 단숨에 써 내려간 이야기. 그것이 지금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이다. (물론, 오페라의 유령을 이토록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이겠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깊이 잠들지 않는 체질 탓에, 꿈을 정말 많이 꾸는 편이다. 그리고 오늘과 같이 마치 영화와도 같은 꿈을 꾼 날은, 한동안 그 여운을 간직하며 '이걸 글로 옮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며칠 밤에 꾼 꿈도, 그런 꿈 중 하나였다. 장르로 치자면... 러브라인이 있는 스릴러? 당연히 (여자) 주인공은 나다.








SCENE #1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저 멀리서 무언가 와글와글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이 동요하며 저마다 사방으로 도망칠 곳을 찾는다.

나 역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뛰다시피 걷는데,

길 오른편 언덕 위에서 엄청난 인파가 달려오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기괴하다.

얼굴이 붉어진 채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왠지 저들을 마주치면 안 될 것만 같다.

더 이상 걸어서는 안된다. 뛰어야 한다.






SCENE #2



드디어 쉘터를 찾았다.

비록 방공호나 요새 같은 곳은 아니지만,

이상한 사람들이 도달하지 않은 지역의

아직은 깨끗한 가정집에,

서로 얼굴도 이름도 낯선 사람들이 모여 있다.

람들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안도감이 공존한다.

고단했던 탓인지 나는 테이블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누군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나를 들어서

침대로 옮겨주는 것이 느껴진다.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익숙하고 따스한 손길.

덕분에 평온함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SCENE #3



대략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갑자기 왈칵 피를 토했다.

나는 당황해서 아이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의 표정과 안색이 심상치가 않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밖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왁자지껄하며 들어오는 순간에,

아이는 연노랑색의 묽은 토사물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잘 모르지만 위험한 상황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이 곳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지도 몰라

어떡해야 하지?라고 생각할 때 -

누군가의 따스하고 단단한 손이 내 손을 잡고

밖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어딘가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해 -

이 곳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

어디로 향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이 손을 잡고 있으면 안전지대에 있는 기분이야.







쓰고 보니 별로 특별할 것은 없어 보이는 꿈이기는 하다. 요즘에는 좀비도 전염병도 매우 흔하고 평범한 소재이니까...



그래도, 내용은 무섭지만 따뜻했던, 아침 햇살이 잠을 깨우지 않았다면 결말까지 보고 싶었던, 그런, 여운이 긴 영화 같은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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