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크리스천의, 결혼에 대한 소소한 생각들
결혼이라... 한때는 관련된 책들도 꽤 읽었는데. 최근 몇 달 동안은 이래저래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생각도 하기 싫었던 주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 여유가 조금 생겨서 그런지 또 새삼 생각하게 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최근 연달아서 지인들의 결혼 소식을 듣기도 했고...
(음, 생각해보니 그 소식들이 어찌 보면 복음/기쁜 소식이었구나. 물론 설교 내용은 그 의미가 아니었지만.)
그래, 포기하지 말자. 기대를 갖고 기다려야지... : )
그리스도인의 결혼생활 (마틴 로이드 존스)
결혼은 새로운 가정의 시작이다. 양가 부모와의 사랑의 관계는 유지되어야 하지만, 복종이나 예속의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결혼한 남자가 아내의 가정에 흡수되거나 결혼한 여자가 남편의 가정에 흡수되는 경우가 있다. 두 경우 모두 잘못되었다.
결혼한 남자는 원칙상 스스로를 부모의 자녀가 아니라 먼저 한 여자의 남편으로 생각해야 한다. 결혼 전에는 스스로를 부모의 자녀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결혼한 남자는 정신적인 태도를 새롭게 조정해야 한다. 그는 새로운 관계를 전제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 그는 더 이상 누구에게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 새 가족의 가장이 된다.
아내는 결혼의 본질이 남편을 공경하는 데 있다는 것을 잠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정의 머리는 남편이기 때문에 아내는 남편을 공경함으로써 결혼 관계의 의미를 현실화시켜야 한다. 남편이 머리요 지도자라는 사실은 그가 책임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하나님이 태초에 정하신 질서다.
이 말씀을 진정으로 깨닫는 순간,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된다. 결혼식 예배를 드릴 때는 새로운 연합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생각해온 사고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관계 안에서 신부와 신랑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혼 관계는 다른 모든 인간관계에 우선한다. 남자는 부모를 떠났다.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다. 이 원리를 이해하고, 여기에서 가르치는 이상적인 결혼을 실천에 옮긴다면, 그리스도인의 결혼과 불신자의 결혼의 차이를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신부님, 하나만 더 묻고 떠나겠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대로라면 여성과 사랑에 빠진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아쉬울 것 같은데, 아닌가요?... 아, 성직자가 된 걸 후회하신다는 뜻은 아닙니다. 금욕의 서약 또한 신부님께 소중하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잠시 미뤄두신다면... 후회하십니까?"
그의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깊었다. 그가 허리를 펴고 목을 다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돌리며, 명상하듯 지평선 전체를 호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혼잣말하듯 얘기를 시작했다.
"내 세계 어딘가에 누군가 있었고 또 지금도 있을지 모르죠. 내가 사랑에 빠졌을지도 모를 여인 말입니다. 이제 난 영원히 그녀의 눈을 보지도, 목소리를 듣지도, 손을 잡아보지도 못할 겁니다. 함께 하느님의 불후와 절정을 맛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도 틀렸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녀의 신비 속에서 하느님 본연의 영광을 공유하는 건 불가능하죠.
아시겠지만, 제가 운 것은 잃어버린 기회나 좌절 때문이 아닙니다. 어떤 점에선, 왜 울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나 잘 압니다. 신부님께서도 리처드/리타 같은 상황에 깊은 손을 대신다면, 인간의 사랑이 너무도 위태롭기에 더 아름다우며,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물론 나도 후회는 합니다. 아니라면 거짓말이겠죠. 내 안타까움의 대상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직관입니다. 진실한 사랑에 빠진 남녀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실제로 사랑할 때 육체적인 요소는 직관의 비행을 위한 카우치나 침대에 불과하다고요. 남자는 단순히 여자의 품이나 몸 안에 있는 게 아닙니다. 여자 역시 함께 누워 남자를 받아들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지 않죠. 사랑은 그런 개념을 초월하니까요. 여성들이 그걸 뭐라고 부르죠? 음. 그녀는 '온전함'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남자는 '하나 됨'이라고도 했죠. 그러니까 자기 자신, 아내, 하느님, 이 땅, 삶과의 하나 됨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