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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May 16. 2021

한동대학교 이야기, 제2편

"내가 너희에게 화나지 않았단다."


* 이 글은 기독교 관련 간증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혹시라도 불편하신 분은 읽지 않으시기를 권합니다. 개인적 체험에 대한 주관적 확신을 담고 있을 뿐, 검증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니 부디 편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오늘은 한동과 한동의 사람들에 대한 나의 시각을 하나님께서 180도 바꾸어주신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013년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짧지 않았던 공부를 끝내고 복학을 한 나에게, 오래간만의 학교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비록 1~2학년 때보다 불안정함은 덜했지만 4인 1실의 기숙사 생활을 하며 어린 친구들과 부대끼는 것도 쉽지 않았고, 총장님 연임 문제로 연일 시끄러운 학교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해를 위해 당시 나를 힘들게 했던 두 가지 부분에 대해 조금 구체적으로 얘기해보겠다.



우선 기숙사 생활에서 다른 학우들과 생긴 갈등에 대한 부분. 당시 나는 학번 차이가 상당히 나는 1, 2학년과 같이 방을 쓰게 되었다. 그런데 학기 초에 왜인지 몸이 상당히 좋지 않아서, 많은 시간 침대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는데, 나의 룸메이트(한동에서는 '방순이'라는 표현을 쓴다)였던 1, 2학년 친구들은 굉장히 활발한 친구들이었다. 게다가 서로 죽이 잘 맞다 보니, 방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들고는 했다. 내가 몸이 정상이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몸이 안 좋아서 쉬겠다고 양해를 구하는데도, 방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이 너무 배려심 없다고 느껴졌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는 늦은 저녁이나 밤도 아닌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니, 화도 나고 그 아이들이 밉기도 했다. 서로 사랑하라고 하는데, 아무리 기도를 하고 마음을 먹어도 도저히 그런 마음이 들지를 않는 거다. 참으로 괴로웠다. 



다음으로 초대 총장님 연임 건과 신임 총장님 부임 건으로 입장이 나뉘어서 서로 비판하고 싸우던 모습에 대한 부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초대 총장님이신 故 김영길 총장님께서 워낙 인망이 두터우시고 뛰어나신 분이었다 보니, 학생들 학부모들 교수님들 중 적지 않은 분들께서 총장님의 연임을 바라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연임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던 상황. 내가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교수님들 간의 의견 차이가 학생들 간의 분열이나 일부 학우들의 실망감으로 연결되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양측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되기도 하고 양측 교수님들을 다 존경했던 터라, 그런 상황이 속상해서 많이 울었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분열되어 다투는 듯한 모습이었다 보니, 당시 채플 등에서 교목실과 학생단체를 중심으로 회개 기도회도 열리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 최대의 위기라면 위기였던 상황.



이러한 상황을 동시에 겪던 어느 날, 나는 무언가 비장한(?) 결심을 하고 기도실로 향했다. 주된 목적은 (당시 나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회개기도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찌 되었건 하나님 앞에서 싸우는 모습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현동홀 4층 기도실에 들어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짜내면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의 잘못을 회개합니다...


그렇게 기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듯했다.

내가 너희에게 화나지 않았단다.


나는 매우 놀랐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상식으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물었다. (예상 못한 시점에 예상 못한 말씀으로 인해 놀라서 반문하는 것이, 무언가 하나님과 나와의 경험에서 반복되는 패턴 같기도...)

네? 화나지 않으셨다고요?... 왜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내 질문에 답은 안 하시고 뜬금없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이 느껴지는 거다.

내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
내가 너희를 정말 사랑한단다.


그러면서 한동과 한동의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마음을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조금, 내 마음에 부어주시는 듯했는데, 세상에... 너무나도 따뜻하고 다정한 사랑의 마음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앞서 얘기한 방순이들에 대한 미움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 애들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일 정도로. 이건 정말이지 당시에도 지금도, 내가 스스로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그런 온도의(?) 마음이었다. 마음이 그토록 따뜻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후 한동안은 매우 온화한 표정으로 학교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때 하나님의 음성과 내게 부어주셨던 마음을 통해, 하나님의 시각은 우리의 생각과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화나셨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부족하고 다투는 우리들임에도 그토록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된거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우리의 어떠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한동을 지탱하는 거구나... 우리가 설사 잘못하고 실수한다고 해도, 하나님의 사랑은 줄어들지 않는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당시의 경험은 한편으로는 내게, 설사 앞으로 한동이 변해가고 세속화되고 위기를 겪고 언젠가 혹시 사라진다 해도, 이 곳과 사람들을 향한 그분의 사랑 그 하나만으로도 한동이 존재하는 의미가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니, 겉으로 드러나는 부족함에 행여라도 슬퍼할 것도 아쉬워할 것도 없다고...



그렇게 조금이나마 하나님의 마음을 알려주셨던 것에 지금도 너무 감사드린다. 당시 그런 은혜를 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내도록 슬퍼서 울다 지쳐 잠이 들었을 것이고... (실제로 며칠을 그랬다. 걸으면서 울고, 얘기하면서 울고... 너무 울어서 뻗기도 하고...) 지금도 그 때의 그 경험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 주니까. (그나저나 지금 그 마음을 다시 부어주시면, 원수라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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