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기독교 관련 체험을 간증하는 글이므로, 혹시라도 불편하신 분은 읽지 않으시기를 권합니다.
이 이야기는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아직 내가 고시생이었을 당시의 이야기.
당시 나는 서툴지만 뜨거운 마음으로 기도하던 때라, 하나님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때로 오랫동안 기도를 하고는 했다. 오랜 시간 하나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는 신앙의 선배들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기도시간을 늘린다는 것이 체력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때에는 그렇게 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래서 (바람직한 방법인지는 모르지만) 나름 성경도 읽고 신앙서적도 읽고 기도 일기도 쓰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하나님께 물었다.
성령님, 혹시 저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세요?
그런데 그 순간, 내 안에서 답이 들려왔다. (늘 그랬듯이, 예상하지 못했다.)
나를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예상치 못한 시점에, 예상치 못한 내용이라서 나는 그만 벙 찌고 말았다. 그래서,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언제 하나님을 부끄러워했다고...'라고 반문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몹시 당황스럽게도 그 순간에, 내가 사람들에게 나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밝히기를 매우 꺼려왔다는 것을 자각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사실 그때까지 나는 이런 나의 행동에 나름으로이유가 있다고하면서 스스로를정당화하고는 했다. 나 자신이 워낙 불완전해서 사람들이 나를 보고 하나님을 오해할까 봐 그렇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교회와 기독교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나 자신도 불편한 게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도 모르게 성령님께 (구차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성령님... 제가 하나님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불편해할까 봐... 그리고 제가 워낙 부족함이 많아서... 저 때문에 행여 하나님께서 욕 먹을 수도 있고......' 그렇게 우물우물 변명을 하고 있는데, 왠지 성령님께서 한번 더 같은 내용의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 거다.
나를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나는 너를 부끄러워하고 싶지 않구나.
두 번째 음성과 함께, 이와 관련된 말씀 구절이 생각났다. 누가복음의 말씀이었다.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러워하면 인자도 자기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 가운에 올 때 그를 부끄러워할 것이다. [누가복음 9:26]
그제야 나는, (내가 설마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을 부끄러워하고 있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령님께서 그 부분을 들추어내시기 전까지는 이러한 내 본심이 나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었다는 것도. (나는 이후 이러한 부분들을 '자기기만의 영역'이라고 표현하고는 했다.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부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경험은 마음의 어두운 부분에 빛을 비추시고 숨겨진 것들을 드러내시는 성령님의 능력을 체험하고 확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가능하면 내가 크리스천이라는 부분을, (불편하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자 노력해왔다. (전도를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숨기지는 않는다.) 사실 나 스스로가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는 교회를 몹시 싫어하던 사람이었기에 처음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내가 크리스천임을 밝히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게 된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해진 것을 보면, 정말 많이 나아지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아직은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이런 체험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다.(있는 정도가 아니고, 많다.ㅎㅎ) 그래도 하나님께서 나를 부끄러워하시는 것은 싫고, (당연히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경험과 간증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참고가 되거나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조금 더 용기를 내봐야지 하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