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음이 아파서 너를 이리로 불렀단다'
* 2부작으로 쓰자니 너무 길어질 것 같기도 하고 엄두가 잘 안 나서, 그냥 쓰기도 좋고 읽기도 편하게 한편씩 나누어 쓰기로 했다.
교회를 다니지 않거나 포항 인근 지역에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한동대학교라는 곳은 어쩌면 예전의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일개 지방대학교일 것이다. 커리큘럼과 이력이 조금 특별한 지방대학교. 그리고 크리스천들에게 한동대학교는 다소 유명한 미션스쿨(기독교대학)일 것이다.
크리스천들은 어쩌면 교회 내에서 이런 말들을 들었을 수도 있다.
한동대를 가는 사람들은 신앙이 좋다더라.
개인의 신앙을 측정하여 한동대를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신앙의 정도는 하나님 한 분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자신도 모른다.)
오히려 나는 이 대학을 만드시고 각 사람을 불러 모으신 '하나님'께 집중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한동의 정체성을 정의하자면,
다음 세 단어로 축약될 수 있을 것 같다.
광야, 요람, 그리고 교회.
내가 한동을 광야이자 요람이라고 생각하는, 그리고 한동의 모두를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부르셨다고 확신하는 짧은 에피소드를 하나 나눌까 한다. 전에 나눈 적이 있듯, 내가 한동대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만 해도 나는 교회를 좋아하지 않는 비기독교인이었다. 그런 내가 한동대와 갈대상자 책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고, 다른 좋은 대학의 장학금을 포기하고 한동대에 가기로 결심하고, 백지상태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성경 한 구절 제대로 알지 못하고, 찬양 한 곡 알지 못하던 상황. 교회문화라는 것도, 영 낯설기만 했던 새내기.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여느 교회 수련회 못지않게 굉장히 열성적이기로 소문난 HanST(Handong Spirit Training; 한동대학교만의 오리엔테이션)로 시작된 나의 대학 생활은 힘들고 어려웠다.
그래도 꾸역꾸역 열심히 적응해가고 있던 어느 날, 나는 부모님을 통해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을 전해 듣게 되었다.
걔 공부 좀 한다고 하더니, 지방대를 갔어?
그 말을 듣고 나니, 그간 참아왔던 설움이 복받쳤다. 아무리 힘들고 사람들이 몰라줘도 '하나님이 아닌, 본질이 아닌 것에 흔들리지 않겠다'라고 다짐하면서 생활하고 있었던 나에게, 그 말이 주는 충격은 상당했다. (그래도, 공부 좀 한다는 것이 내 자존심이었나 보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현동홀(당시 '자대') 4층 기도실로 향했다. (학교 곳곳에 있는, 기도가 쌓인 기도실들은 한동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한바탕 울며 기도하면서 이 설움을 하나님께 풀어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기도실에 들어가,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눈물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하나님, 너무하세요...
저 지금 얼마나 속상한지 아세요?
왜 굳이 저를 이리로 부르셔서는,
이렇게 무시당하게 하시는 거예요?
제가 원하던 대학에 가게 하셔서,
그곳에서 저를 만나주셨어도 되잖아요...
그 날 작정하고 들어간 기도실이었기에, 나는 한참을 그러고 울어야만 이 서러운 마음이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내가 기억하기로 처음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육성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강한 확신으로 들려오는 소리였다.)
내가 마음이 아파서 너를 이리로 불렀단다.
마음속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나는 그 따스한 음성을 듣는 순간 그 말씀을 하신 분이 하나님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찰나에 내 마음속에 있던 모든 의문과 응어리들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신앙도 보잘것없었던 나였음에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하나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구나... 전지전능하신 그분은 내가 다른 곳에 가게 되면 마음이 아플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구나...' (그나저나 하나님 진짜 촌철살인...)
그러면서 눈물을 닦으며 일어났고,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하나님, 제가 오해했어요. 죄송해요...'라고 말하면서 기도실을 나왔다. 당초 결심(?)과는 다르게 그렇게 허무하게 기도실에서 나오는 내가, 나도 참 어이없었다.
그 이후로, 나는 내가 한동대에 가게 된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음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이 곳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이 있음을, 믿게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었던 적도 많았고, 수도 없이 울었고, 서로 생각이 달라 오해하고 싸우고 분열하는 것을 볼 때는 극심하게 갈등했고, 사람들을 사랑할 힘이 도저히 생기지 않아서 슬퍼하기도 했다.
이슈도 참 많았다. 내가 휴학을 했던 동안에는 이단, 동성애, 북한 관련 이슈, 그리고 지도층의 정치성향까지... 그리고 복학을 한 후에는, 초대 총장님 연임 문제, 세월호 사건도 있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우리가 기도회에서 얼마나 울며 기도를 했었는지...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내 눈에는 한동에 넘치는 은혜가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볼 수 없는 눈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나님의 은혜를 느끼고 나니, 그 모든 부족함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뒤덮고 있는 하나님의 임재로 인해 비로소, 한동이 광야일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요람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차근차근, 내 고민과 이야기들을 더 나누어볼까 한다.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꼭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을, 잘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