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ightly May 27. 2021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살 수 있기를

바라건대 적은 것에 충성된 삶을 살 수 있기를


가끔 기도를 할 때면, 하나님께서 누군가를 도우라는 마음을 주실 때가 있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고, 내가 생각하기에 내 가까운 사람들 중 누군가에게 중요한 도움이 필요할 때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럴 때면 솔직히 어떤 마음이 먼저 드느냐면, '아무래도 그 사람 주변의 믿는 사람들 중 그 사람을 도울 다른 사람이 없어서 나에게 말씀하시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의 마음을 듣는 사람이 없거나, 도울 능력이 있는 사람이 없거나. (나한테 제일 먼저 얘기하셨다기보다는 제일 마지막에 얘기하셨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다. 오죽하면 그러실까 하는 생각...?)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아직 누군가를 도울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쓰다 보니, 어쩌면 제일 먼저 얘기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몇 년 전쯤이었다. 기도 중에, 목사님께서 설교 시간에 '하나님께서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여쭤보세요.'라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이 났다. 하나님께서 하고 싶으신 것을 대신해 드리는 마음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기도 중에 여쭤보았다. '하나님, 혹시 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세요? 제가 해드릴게요.' 그랬더니 '사랑'이라고 답하시는 거다. 그와 동시에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 '좋아요 하나님. 그러면 제가 하나님의 사랑을 대신 전해드리는 역할을 할게요. 얼마를 도와주면 될까요? 매달 00만 원이면 될까요?'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필요 최소한의 수준을 하나님께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더 주라는 마음을 주셨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금액을 마음에 두신 듯했다. 분별을 위해 며칠 동안 기도를 드리는데, 하나님께서는 내가 (내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넉넉히 주기를 원하시는 것 같았다. 왜냐면 그분의 사랑의 속성이 그러하니까. 하나님께서는 딱 필요한 만큼만 주시는 분이 아니라, 넉넉히 주시는 분이니까. 나로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덕분에 하나님의 사랑을 묵상하고 경험할 수 있었다. (기도가 이렇게 위험(?)합니다 여러분...)



그리고 근에도 이런 일이 생겼다. 기도 가운데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왠지 내가 도와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계속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늘 그랬듯이 그런 결정은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에) 며칠 동안 기도를 했다. 그런데 그 마음이 없어지지 않아서 결심을 하고, 내가 돕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왠지 하나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지는 듯해서,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그래, 그 돈이 한 사람을 일어서게 할 수 있다면 가장 가치 있는 일이겠지...라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모든 사람을 도울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누구든 탈진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도 언제나 내게 주어진 한도 내에서 하나님께서 내게 직접적으로 맡기시는 부분만큼을 감당하고자 늘 주의를 기울이고는 한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다시금,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묵상하게 되었다. 형제의 곤궁함을 알고도 돕지 않는 것은 사랑이 없는 것이라는 말씀도, 진실한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도, 그리고 작은 것에 충성된 자에 대한 말씀도.



누가 이 세상 재물을 가지고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도 도와줄 마음을 막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찌 그 속에 거할까 보냐 [요한일서 3:16]

주께서 가라사대 지혜 있고 진실한 청지기가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종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누어 줄 자가 누구냐...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찾을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할 것이니라 [누가복음 12:42,48]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마태복음 25:40]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니라 [누가복음 16:10]



동시에 나의 믿음의 부족을 다시금 자각하며, 기도하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건대, 아무래도 누군가를 도우라는 주님의 말씀에 내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때는 내 안에 두 가지 생각이 들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주님께서 맡기신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이고 나의 소유'라는 생각.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 생각건대 둘 다 하나님의 청지기이자 신실한 종으로서의 생각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을 자신만을 위한 것으로 여겨서 흘려보내지 않는 것, 그리고 은혜를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 둘 모두 충성된 청지기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러지 말자고 늘 다짐해왔음에도, 이번 기회에 다시금 내 마음이 그러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마음을 돌이키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기회에 다시금 간절히 기도하며 바라게 되는 것은, 누군가를 돕는 나의 행위가 나의 자랑이나 나의 행위가 되지 않고, 주는 나에게든 받는 이에게든 전해듣는 이들에게든, 오직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를. 그리고 내가 믿음 안에 행하며 하나님의 마음과 사랑을 더 깊이 알아가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의 방법, 하나님의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