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임신을 하고 나서 내가 가장 처음 맞닥뜨린 중대한(?) 고민은 바로 '태아보험'이었다.
- 태아보험을 가입할 것인가?
- 어디에서 가입할 것인가?
- 보장기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 가입한다면 보장 항목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임신 초기(늦어도 2차 기형아 검사 전)에 태아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나는 아직 엄마가 된다는 것이 얼떨떨할 무렵부터 마치 떠밀리듯이 태아보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보험에 대해 의미를 크게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별도의 보장보험이나 실손보험 없이 직장에서 들어주는 단체보험만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아이를 위한 보험이라고 생각하니 다르게 와닿았다.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 괜찮은데 뱃속에 있는 아이가 뱃속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또 태어나서 수십 년 동안 어떤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지 생각을 하다 보니, 그래도 태아보험은 가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태아보험을 가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태아보험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참고 : '태아보험'은 '태아보험'과 '어린이보험'이 결합된 형태의 보험이다. 출생 전에는 태아보험이고 출생 후에는 어린이보험으로 전환된다.) '어디에서 가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길지 않았다. 태아보험은 OO해상이 다른 곳보다 구성항목이나 보장내역이 월등히 유리하다는 평이라서, OO해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장기간'에 대한 고민도 길지 않았다. 보험이 30세 만기/100세 만기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나와 신랑은 기본적으로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서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기에 30세 만기를 선택했다. 30세가 넘어가고 나면 아이가 보험에 대한 필요성을 따져보고, 부담 가능한 금액과 항목을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보장 항목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용어들도 복잡했다.
그래서 나는 며칠간 고민만 하다가, 결국 설계사분들에게 설계를 부탁해보기로 했다. 일단 설계를 받아보고 나면 뭐가 나오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태아보험 가입 어플이라는 게 있다고 해서, (누가 좋다고 하는 '카더라'만 듣고) 두 개 정도 깔아서 상담 신청을 했고, 바로 설계사 분들에게 연락이 왔다. 뭔가 체계적으로 관리를 하는 느낌이 아니라 어플을 통해서 그냥 설계사에게 바로 연결되는 그런 느낌이라 기분은 좀 그랬다. 비교를 할 수도 없고, 선택을 할 수도 없고... 여하간 그렇게 설계안을 두 개 받았다.
그런데 띠용- 금액이 내 생각보다 높은 거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나름의 기준을 설정했다.
1. 보험의 목적 : '모든 질병과 상해로부터 보장받는 것'이 아닌, '가계가 휘청일 수 있는 큰 질병과 상해로부터 보장받는 것'
2. 월 보험료 : 월소득을 고려했을 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보장보험 기준) 대략 5~6만 원대 이내
3. 항목 선별 : 가족력을 고려하고, 실손보험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은 가급적 제외
이렇게 기준을 설정하고 난 후 나는 설계사분들의 설계안 두 개를 비교하면서, 항목별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워낙 생소한 명칭들이 많았기에, 일일이 질병과 상해 항목을 검색하면서 '아, 이게 이거구나~'하고, 항목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해당 항목에 대한 다른 설계사들의 의견을 참고했다. 그렇게 기존 항목에서 빼야 할 항목들을 정하고, 그 후 보장금액도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부족하다 싶은 것은 조금 더 높이는 수준으로) 설정했다. 금액을 맞추려다 보니 아쉽게 빼야 하는 것도 있었지만, 보험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목적으로 활용해야지 모든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지론이라서. (어차피 아이가 아프면 돈을 들여 치료하는 것은 매한가지이기에, 보험을 많이 드는 것이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보험료에 대한 기회비용을 늘 생각해야 한다.)
3일 정도 열심히 검색하고 공부한 끝에, 나는 아래와 같은 보장내역으로 태아보험 가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실손보험과 보장보험 포함 6만 원대로 구성한 나의 보험 설계안은 아래과 같다.
처음에는 '저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무책임하고 막막한 마음이어서 누가 좀 쉽게 설명해주길 그리고 대신 해주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지만, 막상 공부하고 알아보고 하다 보니 이것도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대충대충 하려는 게 강한 성격이지만, 그래도 아이에 대한 거고 오랫동안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노력을 기울였고 개인적으로는 매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혹시 나와 같이 태아보험을 고민 중인 산모라면, 조금 어렵더라도 항목을 하나하나 검색해보고 가입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인터넷에 생각보다 설명이 잘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