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가 터지고 난 후부터 병원에서 버티는 며칠 동안, 나는 '모성애'라는 것이 내 안에도 있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간에는 태어날 아이를 생각할 때 '어떻게 하면 내가 편할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적지 않게 하고는 했었다. 지난 임신기간 중에도 내심 아이도 중요하지만 내 몸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육아 방식을 고민함에 있어서도 어떻게 하면 내 삶과 나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을까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했고, 내심 (시간이든 돈이든) '아이에게 모든 것을 해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그랬던 내가, 갑작스레 양수가 터지고 난 후에 엄마의 마음을 알아가고 있다. 누구보다 겁이 많은 나인데도 아기가 어찌 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그간 생각만으로도 힘들어했던) 출산에 대한 두려움은 생각도 나지 않게 되었고, 부정맥 맥박 상승 두근거림 발열 등의 수축 억제제 부작용이 생겨도, (부작용이 심하면 폐에 물이 찬다고 하는데도) '이 정도는 괜찮아. 좀 더 버틸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이 수축 억제제 부작용도 있고, 엄마가 감염되어서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빨리 낳는 게 어떠냐고 하시는데도 괜찮다고, 지금 참을만하다고, 가능하면 하루라도 더 데리고 있다가 폐가 좀 더 자란 다음에 낳고 싶다고 설득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나 역시 놀랐다. 이 상황이 되고 보니 내 몸에 무리가 가더라도 아기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만 가득한 거다. 아기가 조금이라도 더 자라서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식욕이 없어도 온갖 것들을 꾸역꾸역 챙겨 먹고... 임신 기간에 살찐 것 같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신랑을 괴롭혀대던 내가, 내 체중이 얼마가 늘어도 상관없으니 아기가 부디 2킬로를 넘어서 나오기만을 바라면서 열심히 먹고 있다. (그런데도 마음고생 때문인지 체중이 꽤 빠졌다...)
게다가 일주일 같은 하루를, 걱정으로 도통 잠이 오지 않는 밤들을 보내는 중에 무언가 애틋함이 생겨버렸다. (아기가 자궁 입구를 엉덩이로 깔고 있고, 머리는 갈비뼈 근처에 있다는 말에) 뱃속에 있는 아기 엉덩이 부근을 토닥토닥하다가 또 머리를 쓰다듬다가 하며, '고마워 아가야. 엄마랑 조금만 더 버티자'라고 속삭이다 보니, 왠지 나처럼 잠들지 못하고 아기가 뒤척이는 것만 같이 느껴지는 거다. 그러다 보니 우리 아가 얼마나 힘들까... 내가 조금이라도 더 달래주고 안아줘야지... 하는 생각만 가득해졌다. 분리 수면을 해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던 나였는데, 과연 나중에 아기를 떼어놓고 잠을 잘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든다.
엄마가 되어가는 건지 팔불출이 되어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많은 엄마들의 마음이 이런 것이 아닐까...?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으며, 나는 갑자기 엄마의 마음을 알아버렸다. (아가가 건강할 수 있다면, 간이라도 떼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내일 아침, 우리 이쁜 딸을 만나게 되었다. 엄마랑 아빠랑 건강하게 만나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