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는 것
흔히 소설에는 천재도 기인도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시는 왜 아니겠는가
삶이 없이 써지는 시는 글장난이고
되풀이해봐도 옹알옹알 옹알이일 뿐이다
그저 가만히 글을 묻어두고
제 맘에 쏙 들어올 만한
깊은 빛깔과 향으로 익기를 기다리는 것 또한
시인으로서의 재미일 것이다
긴 시간 인고와 기다림 끝에
아니, 차라리 잊어버림 끝에
마침내 송알송알 터져나오는 시를 쓰는 것은
계절을 기다린 끝에 참으로 익은 열매를 따는 재미이다
그제서야 마음으로 웃는 것이다
아, 그래도 내가
새하얀 종이 앞에 부끄럽지만은 않은 날을 살지 않았는가
때론 부끄러움이 있어 더 깊은 맛이 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