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단단한 어머니가 된 소녀, 동백이와 마리아
세상의 거친 바람을 닮아 거칠게 자라나는 것이 강한 줄 착각했던 20대. 그러나 20대의 끝자락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순수함을 간신히 붙잡으며 단련된 삶이야말로 거친 바람을 역행하여 나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임을. 순수함은 약함이 아닌, 세상 모든 아름다움과 담대함의 흔들리지 않는 근원이기에.
상쾌하면서도 부드럽고, 우아한 깊이를 지닌 플로럴 향, 네롤리.
이 향은 나이와 무관하게 고요하고 사랑스러운 소녀의 순수함을 불러일으킨다. 누구에게나 티 없이 맑은 미소로 화답할 듯한 온화하고 유연한 성품을 지녔으나, 결코 단순한 순진함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변함없는 안정감과 희망을 선사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과 흔들림 없는 선을 통해 내면의 강인함을 드러낸다. 이는 자신의 본연적 순수함을 굳건히 지키려는 용기에서 비롯되며,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세상에 따스한 사랑을 나누는, 은은하면서도 깊이 있는 존재감을 가진다.
네롤리는 단순히 맑고 투명한 향기를 넘어, 아로마테라피에서 감정적 평화와 불안감을 해소를 위한 핵심적 역할로 활용된다. 특히 긴장감이 높아 쉽게 경직되거나, 불안과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의 평온을 잃기 쉬운 이들에게는 탁월한 이완 효과를 선사하며, 마음의 안정감을 찾아준다.
일상 속 순수함을 지키려 애쓰는 과정에서는 모순적이게도 우울감을 경험하는 이들이 많다. 네롤리는 일상 속 우울감이 찾아올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서를 맑게 전환을 시켜주는 힘을 발휘한다. 마치 어린아이의 해맑은 미소가 모든 걱정을 잊게 하듯, 네롤리는 그런 순수하고 치유적인 에너지를 지니며, 일상 속 긴장과 불안을 쉽게 느끼는 이들, 특히 여성들에게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아끼는 향수들의 노트에는 늘 네롤리가 자리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늘 손이 가는 향수는 논픽션의 neroli dream. Neroli 특유의 순수하고 투명하게 맑은 향은 나에게 ”이대로 순수하게 살아내주어 고맙다 “며 위로를 건넨다. 동시에 그 순수함을 어떠한 시련 속에서도 잃지 않고 지켜낼 수 있도록 든든하게 응원을 해주는, 견고한 단단함으로 나를 지탱해 준다. 이런 네롤리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처럼 외유내강의 면모를 지니며, 나아가 성경 속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같은 조용하지만 순수한 믿음으로 사랑을 품어내는 존재와 꼭 닮아있다.
<동백꽃 필 무렵>의 서사와 성경의 기록 속에서 동백이와 마리아는 ‘엄마’라는 존재가 지닌 깊은 힘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아이를 낳기 전 소녀의 모습부터, 생명을 품고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서사가 담겨있다. 두 인물 모두 순수하고 온화한 매력으로 자신의 중심을 굳건히 지키며, 세상의 시선과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만의 삶을 지켜낸다. 자신의 아들 필구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뱃속에 품은 아기 예수를 지켜내기 위해 누구보다도 용기 있는 엄마가 되는 두 여인의 모습은 네롤리처럼 깨끗하고 맑으면서도 사랑스러운 향으로 빛난다.
동백이는 온갖 세상의 편견과 부당함 속에서도 삶의 무게를 홀로 견뎌야 했지만, 결코 다정함을 잃지 않았다. 그녀의 삶의 태도는 이 대사 한마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람들이 막 사는 게 징글징글할 때 술 마시러 오잖아요. 난 웬만하면 사람들에게 다정하고 싶어요. 다정함은 공짜니까. 서로 좀 친절해도 되잖아요.
-동백꽃 필 무렵 동백이 대사 中-
마리아 또한 모두가 믿어주지 않았을 상황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흔들림 없는 믿음을 지켜냈다. 그들의 내면에 자리 잡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인내, 그리고 강인함을 발견할 수 있다. 화려하고 찬란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변함없는 사랑과 희생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은은하게 스며들어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이처럼 진심 어린 행동과 꾸준한 삶의 방식으로 주변을 서서히 물들이는 두 인물의 모습은, 은은하게 모든 향을 순수하고 몽글하게 만들어주는 네롤리 향과 많이 닮아있다.
나의 20대는 거친 세상이 던진 충격과 두려움으로 얼룩진 아픈 청춘이었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채, 거친 바람을 닮고자 더욱 거친 현실로 나를 던져 넣기도 했다. 세상은 너무나 매정하고 차가웠기에, 내 안의 순수함이 오히려 촌스럽고 수치스러운 약점으로 느껴져 숨기고 싶던 순간들도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엄마의 소녀 같고 순수한 모습이 약하고 서툴러 보였다. 때론 그 모습이 내가 지우고 싶은 나의 그림자처럼 여겨졌고, 나에게 동화 같은 세상을 선물해주려 했던 엄마의 진심마저 원망하기도 했다. 어쩌면 순수한 기대를 허락하면 안 될 것 같은, 그 감정과 사랑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 현실은 혹독했다.
허나 지금, 지나온 20대를 찬찬히 되짚어보니 비로소 깨닫는다. 그 순수한 마음이야말로 거친 풍파 속에서도 세상을 넓게 보게 하는 맑은 눈빛을 잃지 않게 했고, 내면 깊은 곳의 갈망에 불을 지펴주는 희망이었다. 천진난만하던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단단히 붙들어주며, 나만의 색깔로 꿈을 실현해 나가는 담대함의 연료는 바로 ‘순수함’이었다.
20대에 내게 칭찬해주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바로 바람에 꺾이지 않고, 누군가에게 또 다른 거친 바람을 불지 않도록 내 안의 순수함을 지켜낸 모든 순간들이다.
이 거친 세상에 똑같이 거칠게 맞서지 않고 ‘순수함’을 선택하는 데에는 찢어질 듯한 고통과 외로운 시간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굳건한 선택이 결코 후회가 없기를. 그리고 그 순수함이 주변 곳곳에 조용히 심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