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향, 라벤더

절망 속 피어나는 용기와 치유

by sincerecord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어머니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그 깊은 절망과 두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품었던 한 어머니의 내면은 어떤 향기를 닮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라벤더는 대중적으로는 평화롭고 고요한 심리적 안정제이자, 엄마같이 포근한 존재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눈물과 고독, 그리고 강인한 의지가 숨 쉬고 있는 다층적인 향이다. 이어, 라벤더의 꽃말에는 침묵, 여성의 정절과 헌신, 기대 및 기다림 등, 사회가 기대하는 평화롭고 긍정적인 면이 담겨있다.


라벤더 향을 찾게 되는 사람들의 내면의 그림자를 살펴보다 보면, 내면에는 깊은 고독과 강인함을 안고 살아가는 사연들이 많다. 보기에는 차분하고 잔잔해 보이다가도, 그 내면에는 깊은 침묵을 지켜서라도 극복해야 했던 혼란스럽고 어두운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라벤더처럼 겉으로는 평화롭고 평안한 페르소나를 지니고 싶어 내면과 씨름하던 때가 있었다. 내게 일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어려움과 고통, 고독 가운데 이내 강인해질 수 있도록 단련해 오던 기간에 라벤더 향을 뿌리며 마음을 애써 안정시키곤 했다. 라벤더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나만의 페르소나를 형성시켜 줌과 동시에, 나의 그림자인 걱정과 불안, 고통을 보듬어준 동반자이다.


라벤더의 이런 역할은 성경 속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과 많이 닮아있다. 어둡고 절망적이던 당시, 왕의 명령에 따라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버려야 할 수밖에 없던 시기가 있었다. 다른 어머니들은 왕의 명령에 따라 살기 위해 아들을 버렸으나, 요게벳은 갈대상자에 아들을 띄운 후 끝까지 하나님께 기도하며 이 모든 상황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았다. 이후 바로의 딸을 통하여 하나님이 그 아이를 건지시고, 그렇게 모세는 애굽의 왕자로 왕궁에서 살아가게 된다. 요게벳은 왕궁에 모세의 유모로 들어가, 모세가 미래의 지도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영적, 심리적 토대를 마련하는 양육자로서의 사명을 다한다.


언제 발각될지 모른다는 한 어머니의 불안감과 함께 아들을 히브리인으로서의 정체성 위에 세워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을 요게벳. 결국은 그 깊은 침묵과 고독 가운데 피어난 믿음은 모세를 살려내고, 지도자를 키운 것이다.


요게벳의 삶이 보여주듯, 누구나 외적으로는 평화롭고 고요한 향기를 뿜는 듯 조화로운 모습을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요게벳과 같이 불안한 상황과 고독, 그림자를 품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우리의 어둡거나 불안정한 ‘그림자’는 숨긴 채 ‘페르소나’만을 보여주려 한다. 어쩌면 타인의 시선에서는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적 한계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라벤더 향처럼, 그 그림자를 피하지 않고 온전히 품는다면, 그때 비로소 깊고 풍성한 치유의 향이 흘러나가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고, 되려 이를 지혜와 용기를 구하고 기르는, 희망을 품는 믿음으로 승화시키는 전환점을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조심스레 이야기해 본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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