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는 존재, 히노키

굿 윌 헌팅, 교수 숀

by sincerecord

히노키 향은 존재만으로 마음을 평안하게 하면서도 시원하게 만져주는 향이다.

히노키 향을 맡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사우나’다.

어린 시절부터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한증막이나 사우나의 그 향기. 사우나용 목재가 히노키였나 싶었는데, 맞다. 향 자체가 습기에 강해서 욕조나 사우나, 인테리어 벽재, 가구로 많이 쓰인다. 히노키는 내수성이 강해 물에 닿아도 썩지 않고 오히려 향이 더 진하게 퍼져 잡내를 없애줘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히노키라는 이름에는 ‘불의 나무’ 또는 ‘일의 나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해 불을 피우는 데 쓰였고, 피톤치드가 풍부해 나무 스스로를 보호한다. 피톤치드는 사람 건강에도 좋은 천연 물질이다. 건조된 목재에서도 꾸준히 발산되어 보존성이 좋아 튼튼하게 오래 사용할 수 있어서 가구 재료로도 인기가 높다.


내게 히노키 향은 앞이 캄캄하고 막막할 때 숨통을 트이게 하는 듯 시원하고 맑은 느낌이었다. 공방에서 처음 일할 때 가장 좋아했던 향인데,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했던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는 맑음과 청아함이었다. 실제 히노키는 정화, 심신 안정, 살균 효과가 있어서 몸의 긴장을 풀고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녹여준다. 근육 이완과 혈액순환 촉진 효과도 있다고 한다.


이런 히노키 향기는 영화 ‘굿 윌 헌팅’의 심리 교수 숀과 닮았다. 숀은 제자 윌 헌팅의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고 그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어른이다. 윌의 삶과 행동에 편견 어린 시선 대신 상처를 딛게 도와 내면을 치유하며 성장시키고 진정한 어른으로 세운다.


‘윌,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숀의 말은, 어른들의 책임으로 삐뚤어진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던 윌에게 큰 위로였다. 아마도 삐뚤어진 시각이 어쩔 수 없었더라도, 자신의 잘못에 책임져야 하는 아픔은 얼마나 컸을까. 그 학생이 모든 걸 내려놓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어른을 만난 건 크나큰 영향이었다.


죄책감과 수치심, 열등감이라는 우물 속에서 허우적대던 학생의 상처와 얼룩진 내면을 맑은 물로 이끌어준 숀의 손길은 히노키 향기와 닮았다. 진심 어린 관찰과 사랑, 부담 없으면서도 상처를 치유하며 이끄는 따뜻한 손길 말이다.


요즘은 사람을 있는 모습 그대로 보기 어려운 얼룩진 시선이 많다. 그래서일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마음을 읽어주며 서로를 깨워 함께 나아가는 삶이 더없이 향기롭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런 마음의 여유를 지닌 어른으로 자라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일요일 연재
이전 06화위로 속 숨겨진 강인함의 향, 캐모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