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affections and wishes are unchanged, but one word from you will silence me on this subject forever.”
“제 마음은 여전히 같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저는 이 마음에 대해 다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오만과 편견 中-
절제된 사람이 드러내는 진심은 그 어떤 화려한 표현보다 깊이 다가온다. 평상시에는 말이나 표현이 다정하거나 많지는 않으나, 그간 얼마나 깊이 생각을 했는지. 말을 내뱉는 순간 온전히 진심의 울림이 묻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종종 절제 되어 있는 겉모습이 다소 냉정해 보여서 오해 받을 때도 있다. 살아온 삶의 흔적이 될 수도 있고 기본적인 성향일 수도 있으나, 그런 인상으로 인해 쉽게 다가가기는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마음의 문을 열고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보다도 안정감 있고 흔들리지 않는, 깊은 여운을 전달해주는 사람들. 어쩌면 그들의 침묵 가운데 깊은 상처, 그리고 회복까지. 많은 것이 압축되어 묻어난 삶의 연륜의 지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통카빈이라는 단어는 ‘향이 나는 콩’, ‘향기로운 씨앗’이라는 의미를 담는다. 바닐라의 진한 달콤함과 견과류의 고소함 그 중간 어딘가의 깊고 진한 향이 난다. 고소한 견과류들을 마구 섞어 빻고, 그 안에서 액체가 떨어지는 듯 매우 고농도의 향이다. 무겁고 진해서 한 방울도 영향력이 매우 크다. 그만큼 향수 안에 들어가면 전반적인 향의 분위기에 영향을 줌과 동시에 향의 지속력과 무게감에도 큰 힘을 준다. 이에 더하여 따뜻하고 부드러운 묵직함의 분위기를 더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신뢰감을 주면서도 관계가 숙성되듯 깊은 그런 사람. 나만의 깊은 비밀을 털어놓아도 안정감 있는 그런 사람이랄까. 이런 통카빈은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 그리고 성경 속 인물은 보아스와 닮아있다.
다아시는 절제된 감정 가운데 깊이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처음에는 그 절제된 모습이 오만하고 재수없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드러나는 그의 진심 속 누구보다도 따듯하고 진심어린 모습이 매력적이고 멋지게 다가온다. 조용하고 절제됨 가운데 가까이 갈수록 전달되는 따뜻함과 진중함, 그리고 깊은 여운.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정감을 가지고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는 그의 모습은 여운이 깊게 남는다.
어쩌면 감정의 무게를 너무나 잘 알아서, 충분히 고민하고 확인함 가운데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상대의 감정과 깊은 입장을 너무나 고려하는 탓에, 상대가 원하지 않는다면 물러나겠다는 태도가 묻어나는 성숙한 어른이 아닌가 싶다. 사랑을 주장하며 소유하려기보다는 상대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그런 삶의 여유는 누군가가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세상에 나아오도록 도와주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성경 속 인물 중에는 보아스가 떠오른다. 남편이 죽고 시어머니 나오미와 같이 살던 룻. 낯선 땅에 온 룻은 일을 위해 밭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그 밭의 주인이 바로 보아스였다. 당시 보아스는 룻에게 안전한 호ㅘㄴ경을 제공해주며, 일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룻을 배려하도록 진심어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를 보인다. 또한 받는 이가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용히 뒤에서 도와주며, 베푸는 일에 대하여 과시하지 않는 세심하고 깊은 배려가 돋보인다. 이런 보아스의 성품은 룻, 그리고 룻의 시어머니 나오미의 마음을 여는 데에 성공한다.
따뜻하면서도 절제된 사람들이 전하는 사랑. 그들이 주는 사랑은 안정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한 존재들의 마음에 안정을 주며, 함께 있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놓이게 하는 사람. 삶의 경험 가운데 묻어나는 여유로 주변에 베푸는 그런 사람. 그런 어른으로 자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