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묻어두었던 달란트를 꺼내는 용기도 때에 맞게 주어진다

by sincerecord

묻어두었던 달란트를 꺼내는 용기도 때에 맞게 주어진다

이번 주 새벽예배 말씀 가운데 나온 달란트 비유.

주인인 하나님께서 각 사람의 능력에 따라 재능과 은사를 맡기시고 잠시 자리를 비우셨다가 돌아오신다. 그 사이 맡겨진 것을 활용하여 열매를 남긴 종은 칭찬을 받았고, 한 달란트를 땅에 묻어두었던 종은 ‘악하다’는 책망을 받는다.


말씀을 들으며 마음 한켠이 오래 붙들고 있던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일까.

돌이켜보면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 속에 머물러 있었다.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이끌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 같았고, 더 단단해진 이후에야 나의 재능을 사용해야 한다고 여겼다. 하나님 앞에서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길이 진정한 길인지 고민하며 방향을 찾기 위해 애써왔다.


혹여 마음이 앞서는 것은 아닐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을 시작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지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았다. 준비가 충분해진 이후에야 비로소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나는 하나님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구나.

재능이 완벽해졌을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게 맡겨진 만큼을 가지고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것이 두려웠다.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 나의 재능으로 수익을 얻거나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마음을 붙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 또한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교만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완벽해진 이후에야 나아가겠다는 태도는 결국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미루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믿음으로 한 걸음을 내딛기보다, 준비라는 이름 아래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다.

달란트를 땅에 묻어둔 종은 잃어버린 것이 없었다. 그러나 남긴 것도 없었다.
어쩌면 나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부족함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조심하며 살아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관계 가운데에서, 장사이든 섬김이든 드러내어 사용하라고 말씀하신다. 그것이 크리스천의 삶의 책임이자 태도라고. 그 마음을 알게 될 때, 우리는 결과에 대한 부담보다 맡겨진 것을 활용하는 기쁨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나 또한 이제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달란트를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각 사람의 능력에 따라 달란트를 맡기신다. 나 자신을 과하게 높이 평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것 또한 교만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필요한 때에 말씀으로 방향을 비추어 주심에 대한 감사가 마음에 남았다.

동시에 성경 속 신랑을 기다리던 열 처녀의 비유처럼, 늘 준비된 상태로 살아가는 태도 또한 중요함을 느낀다. 언제 기회가 찾아올지 알 수 없기에,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꾸준히 나의 길을 갈고 닦는 과정이 필요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기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준비하는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싶다.


다음 날, 대학원 교수님을 뵙고 창의성 발달에 관한 세미나를 청강하게 되었다. 수업이 마무리될 즈음 교수님께서 달란트 비유를 언급하셨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마음이 다시 한번 멈추어 섰다.

그날 수업에서는 Gifted와 Talented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타고난 잠재력과 가능성,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재능의 상태를 gifted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잠재력이 경험과 훈련, 환경 속에서 발견되고 표현될 때 비로소 talented의 단계로 나아간다고 한다.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꺼내어 쓰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쩌면 달란트를 땅에 묻어두지 않는다는 것은, 완벽함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가능성을 세상 속에서 조금씩 사용해 보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과정 가운데,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끌어 줄 어른을 만나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매우 큰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누군가의 잠재력을 발견해 주고, 그것이 세상 속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돕는 존재.

나 또한 그런 어른을 만나 성장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언젠가는 누군가의 가능성을 발견해 주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지금 내게 맡겨진 만큼을 사용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삶.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묵묵히 준비하며, 때가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꺼내어 사용할 수 있도록 삶을 단련해 가는 과정.

그 과정 속에서 하나님께서 맡기신 달란트가 조금씩 빛을 내게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순간 곁에 머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가기를 바라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주어진 만큼을 살아내는 것, 어쩌면 그것이 달란트를 사용하는 가장 정직한 방식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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