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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Sep 11. 2022

무서워, 첫 출근 1

갑자기 백그라운드 체크가 너무도 빠르게 진행돼, 나의 첫 출근날 짜가 훅 앞당겨졌다 무려 3주나.

그래서 나의 첫 런던 오피스로의 출근일이 5일로 바뀌었다.


5일, 나는 난생처음으로 런던으로의 출근길에 올랐다.



그저 런던에 혼자 출근해서 잘 사람들이랑 이리저리 소개하고 소개받고, 차근차근 차례를 밟아가며 일을 시작했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HR 매니저의 이메일 하나로, 나의 출근길이 훨씬 앞당겨졌고, 첫 출근 1주일 후, 미국 HQ에서 대대적으로 하는 온보딩 bootcamp를 하러 그 먼 미국의 그 조막만 한 도시에 가 신입 교육을 받는다는 것 알았을 때부터, 나의 가슴은 미친 듯이 쿵쾅 뛰기 시작했고, 나의 속은 울렁거렸다.


정말 X 질 것 같았다.


누군가 처럼, 외향적 성향의 내가 바라는 그 이상향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아 기대된다. 

의 말이 나의 가슴을 채우고, 희망찬 두근거림이 나를 기쁘게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책상 서랍에 고이고이 차고 차곡 모아둔 약들을 쳐다보았다. 한국에서부터 혹시 몰라 모아두었던 설트랄린과 영국 GP에게서부터 받은 플루 옥사틴 그리고 2018년부터 고이고이 챙겨두었던 유통기한 훨씬 지났을지도 모르는 필요시 약을 쳐다보았다.


이것이라도 먹으면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울고, 덜덜 떨고 불안해하고, 신경쇠약에 걸릴 것 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을까. 


당장 손에 한 움큼 집어 내속에 밀어 넣으면 이게 아무것도 아닌 그저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지내고 보내는 그런 평범한 하루가 될까. 이렇게 무섭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바로 그만두었다.

나는 뭘 해도 이렇게 싱겁다.


서랍을 닫고 열고 닫고 열고.
머릿속 줄곧 이걸 먹으면 어떨까 저럴까.
혹시 다시 몸은 기운차지고, 머리에서는 아무 생각이 없으며 조용히 멍하니 나날들을 보내게 될까, 

계속해서 이리저리 나를 굴린 결과, 다시 그 멍하고 Dull 한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4개월 동안 힘들게 견뎌온 나의 부작용이 아까워 그만두었다. 


덜 힘들었나 보다.


출근 전날 나는 어쩌지라는 물음표를 꼭 끌어안은 채로 덜덜 떨면서 조용히 울었고 베개를 적셔가며 터져 나오는 천식 기침을 감당 못해 그 밤을 꼬박 새웠다.


그렇게 첫 출근의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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