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eongrim Amy Kang Jan 11. 2023

심신의 확정, 관찰

2023.01.10

확신, 확언, 확정, 확실.

이런 단어들만큼 가장 굳건하고 단단한 것을 형용하는 좋은 단어가 또 있을까?


확정 (廓正) 단어의 뜻을 한자로 찾아보니, 잘못된 것을 널리 바로 잡아 고치는 것을 확정이라고 한다고 한다. 처음 알았다. 다시 쓱 보니, 나는 내일생일대를 전부 이 "확정"이라는 단어를 받아내기 위해서 그렇게 살았다.


태어나기를 잘못 태어났다고 생각해 바로 잡아 고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너무 무서워서. 

그래서 살다가 눈물에 눈이 짓무를 만큼 힘겨웠던 고등학교 시절을 바로 잡으려, 나는 한국을 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것저것 확정을 향해서 이리가고 저리 가다, 결국 머나먼 서쪽의 어느 한 섬에 도착해 코 높고 눈 팔란 애들과 살고 있다.


돈 벌려고 좀 보니, 내가 이때까지 생각해왔던 원래 하고팠던 그 직종이 내가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근 10년이나 지난 후에야 알았고, 그것을 또! 다시 바로잡으려고 멘땅에 헤딩하듯이 공부했다.


그리고 겨우 어느새 내가 둥지를 터논 국가에서 법적으로, 제대로 된 보호와 의료보험, 돈, 등을 받고 일할 수 있게 되었는데, 아. 5개월이 지나고 보니, 뭔가가 계속 어긋나고 삐걱거리는 것이 보였다.


아, 또 확정하지 못했다.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결국 그것은 다가온다, 그게 사람이던 사건이던 물건이던.


결국엔 피하고 싶었던 US라인매니저와의 1:1 통화는 이루어졌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굉장히 부드러운 어투로 시작해 부드러운 분위기로 끝났는데, 문제는 미팅의 핵심주제였다.


내가 이때까지 나 스스로 갈고닦아왔던 뭐든 것을 다른 팀에게 넘겨야 할 수도 있다는 것. 


그냥 너무도 빤히 보이는 결말이라서 뭐 어디다가 다그치거나 말도 안 된다! 소리칠  수도 없었다. 뭐 까라면 까는 것이 동서양의 어딜 가나 순리 아닌가.


생각보다 너무 평온하게 아무 생각 없이 맹한 얼굴과 두뇌로, 이 사람의 말은 확실하게 들었으나, 내 path는 갈 곳을 잃었다. 여기는 아니다는 것만 확실하게 알았다.


결국 슬금슬금 준비해왔던 나의 모든 것들이 수면 위로 꽤나 빨리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다음 달이면 한국으로 긴 휴가도 떠나는데, 기분이 좋아하는지 아닌지 심난하다. 


단단하고 굳건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어떤 풍파가 몰아닥쳐도 우뚝 선 참나무처럼 그렇게 경험치를 쌓고 더욱 두껍고 견고한 뿌리를 내리고, 누가 내리쳐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확정이라는 도장을 받고 싶었다. 


회사에서 오퍼라는 것이 날아와 거의 준 입사가 확실시되었음에도 확정이라는 것을 확실시하기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해 모든 Step과 상황에 임했다. 그렇게 확정이라는 도장을 받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안순 간부터 몰려오는 허무함은 누가 알까.


이 매니저와의 미팅이 끝나고 다음미팅이 시작되기 1시간 전, 나는 바로 경림책상에 와 다시 나의 레쥬메를 피고 앉았다. 그리고 바로 수정에 들어갔다.


일전에 살짝궁 현 상황을 언급했었던 멘토에게 쪼로로 달려가 레쥬메 수정했는데 좀 봐줄 수 없겠냐고 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또! 확정을 향해서 달려간다. 



작가의 이전글 PTSD, 관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