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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an 18. 2023

기분, 심장이 달린다, 관찰

2023.01.17

갑자기 원재료 하나 때문에, 내가 쑤어왔던 요리의 맛이 확 바뀌어버린 그런 하루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메일을 확인해 보니, 갑자기 목요일에 열린다고 했던 Incubation 플랜이 1주일씩 뒤로 넘어갔다. 물론 어제 내가 휴가를 내서 못 봐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좀 갑작스럽고, 실망스러웠다. 


Incubation 플랜은 꼭 virtual이 아니라 In person, 오피스에서 한데 모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해서, 나는 벌써 일찍이 기차표도 구해놓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날짜가 바뀌었다니. 


Trainline에 들어가서 환불을 하려고 보니, 그중 다행스럽게도 환불은 되는데, Admission fee를 10파운드나 내야 한다. 괜스레 짜증이나, 바로 내 영국매니저에게, 나 이거 혹시 Reimbursment 해도 되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물어봤다. 


여전히 벌써 2달째 이루어지고 있는 나의 Remote로 전환하는 계약서 문제는 아직도 결말이 없다. HR이 미팅을 나와 잡기는 했는데, 이게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그녀가 보낸 30분 duration의 캘린더 초대장에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환불이다 뭐다 해서 말하니, Remote 소식이 있으면, 회사 측에서 지불할 거라고 진심을 담아 매니저가 얘기한다. 이래서 영국매니저는 참 좋다. 



벌써 지난해 말부터 나온 여러 가지 Annual merit performance cycle의 변화의 대한 공지가 오늘 처음으로 대대적으로 HR을 통해서 비디오 미팅으로 공지가 되었다. 


나는 회사에 들어온 지 당연히 6개월 정도밖에 안 되었으니, 이런 리뷰는 나에게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나도 해야 한단다.


바로 머릿속에서 경고판 표시가 띵! 하고 켜졌다.


나에겐 2명의 매니저가 있으나, 그중에서 한 명은 진짜 매니저, 나머지는 나의 영국매니저다. 알아보니, 영국매니저는 의견을 내고 그걸 퍼포먼스에 반영시킬 수는 있으나, 진짜 매니저가 펜대를 잡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호의적인 매니저는 결국 나의 리뷰에 아무것도 결정권을 쥘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최근까지 그다지 좋은 이야기로 미팅을 하거나 웃음꽃을 활짝 피운다거나, 좋은 이야기를 하고 피드백을 받고 했던 상황이 아니어서, 아. 이거 일어났다 싶더라.


왜 이런 상황까지 나란 사람은 처해야 하는 건지, 왜 일찍이 나의 라인 매니저라는 사람은 나와 Regular미팅조차 가지지 않는 건지. 왜 나는 그것을 두고 보기만 한 건지 등등. 자책과, 짜증, 화가 돋았다.


결국, 이런 상황까지 왔다. 


영국매니저처럼 나와 호의관계에 있었더라면, 6개월이던 뭐던, 내가 이제껏 해낸 것이 있으니, 이것 저서 주고받고 물어보고, 요구할 수 있었을 텐데... 요구할 수는 있어도, 결국 그 요구가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질지 아니면, 그 사람이 오히려 "네가 뭘 했냐며" 짜증을 낼지, 아니면 내 평가점수도 개판 오분 전으로 망해버릴지 아무것도 알 수 없음이다. 


캘린더를 쓰윽 보니, 정말 어지간히 대쪽 같은 우리 미국 라인 매니저(진짜 매니저)가 나에게 리뷰건에 관해서 보낸 이메일이나 초대, 혹은 1:1 미팅도 한 개 없어, 내가 결국 다음 주 금요일에 미팅 좀 하자며 이메일을 보내고, 캘린더 달력에 시간을 잡았다.


이렇게 까지 내가 해야 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매니저라면 당연히 자기가 관리해야 할 사람에게 먼저 이메일을 보내거나 1:1 미팅을 잡는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이 걸릴지 안 걸릴지는 순전히 자기의 운에 따라 달린 것이다. 


나를 X개 훈련을 시키려 어딘가에서 나의 운을 이렇게 바닥을 쳐놨나? 그래야 이 험난한 세상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내가 많이 웃지 않아서 이렇게 이런 사람들이 걸리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순전히 경품추첨에 꽝이 걸리는 것과 같은 확률인가. 

내가 어릴 적 환경이 그나마 쪽방세상과는 멀리, 그래도 먹고살만했다고 저기 저 누군가가 생각해서, 지금이라도 정신적으로, 어렵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이런 시련을 나에게 주는 것인가. 

편모슬하로 살았지만, 진짜 편모슬하가 아니라서, 아버지가 멀쩡히 살아있는데 내가 안 본 거라며, 저기 저 누군가가 그거 가짜 힘듬이라고 낙인찍고, 이렇게 나에게 진짜 힘듦이 뭔지 알려주려고 하는 것인가. 


끝도 없는 자기 자책, 자기 비하, 자기 동정. 널리고 널렸으나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다. 


오늘 프레젠테이션 PT 만들고, 저녁으로 먹을 머시룸 파스타 생각에 그래도 조금은 설렜는데...

먹고 난 후의 내 머리는 띵하고, 내 배는 요동치고, 내 심장은 달리지 못해 안달이다. 대니에게 나 혼자 있을 시간을 달라고 하니, 갑자기 기분이 싸하고, 방안이 더 춥다. 다시 날씨 온도를 확인한다. 


가끔 확인하는 브런치의 통계, 내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썼을 때의 통계가 항상 좋은 이야기를 썼을 때의 통계보다 많이 나오는 건 그냥 기분 탓일까? 오늘의 통계는 어떻게 나올까. 


기분 X 같은 날, 만약 내 가정이 맞다면, 참 그거 웃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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