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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an 19. 2023

끓어오르는 그 무언가, 관찰

2023.01.18

꽤나 나는 잘 버티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매일, 울분과, 화, 불안, 우울, 상처, 슬픔, 조증 등등을 온몸의 에너지와 감정, 그리고 세포 하나하나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오는 그 조그마한 무언가까지 다 써가면서 억누르는 그런 하루하루를 거의 3주째 살지 않고 순하게,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오늘, 나는 끓어오르는 그 무언가, 그 화, 울음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아침 댓 발부터 뭔가 내속에서 잘못된 것을 느꼈다. 


아. 또 지랄이구나 싶었다. 약을 먹어도, 루틴을 정해서 꼭꼭 지켰어도, 어쩔 수 없는 그런 약해빠진 인간이라, 감정과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어떻게 해도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런 때가 꼭 있다. 그게 생리주기가 가까워질 때면 더 지랄 나고, 아닐 때는 조금 덜한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에 생리주기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러나 싶었다. 내가 약을 안 먹은 것도 아니고, 루틴을 어긴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울분이 솟아오르지, 뭐가 그렇게 내 인생에서 잘못된 게 많아서 이러는 걸까 싶었다. 


항상 생각하는 그 지겨운 Poison 같은 레퍼토리. 


울었다, 정말 여기 이 자리에, 이곳에 있고 싶지 않다고, 존재하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엉엉 울었다. 


왜 이렇게 힘들고, 같은 곳을 반복에서 빙빙 돌아가는 느낌인지 너무 아득하고 막막하고 힘들어서 못해먹겠다고 그렇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오늘 회사에서 이런 나의 우울에 우울한 방울 더를 외치듯이, 미국 및 국제 지사 전체의 7%의 직원들을 자르기로 했다고 전체 이메일이 날아왔다.


그걸 보고 있는데, 올 것이 왔다 싶다가도, 정말 우리 회사도 다른 뉴스에 나오는 회사처럼 같은 길을 걷는 건가 했다. 7%의 그 사이에서 정말 운도 더럽게 없지, 우리 팀의 3명이 뽑혔다. 우리 팀의 20%가 그렇게 날아갔다.


간부급하나, 회사에 2년 정도 있던 디자이너 하나, 그리고 딱 한 명 밖에 없던 리서처 하나. 이렇게 셋이 주르륵 잘려나갔다.


뭐 한다고 다른 곳도 아니고, PDE 팀 중에서 이렇게 5분에 1을 쑥덕 잘라버리는 건지, 무슨 이유와 근거에서 그런 건지 정말 CEO에게 전체이메일로 묻고 싶었다.


이제는 더 이상 Design 프로세스, 유저의 입장 UX 등등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언급해 줄 그런 사람이 없어졌다. 그냥 존재만으로도 회사에 우리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그런 간부였는데, 뭐 딱히 하는 것은 없어 보여도, 저 사람이 있으니 디자이너가 하는 일에 대해서 더 많이 사람들이 알겠지 했것만. 


대차게 잘라버렸다.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그냥 하라는 대로 Mockup monkey나 되고, 유저 리서치는 무슨, PM 말이나 잘 들으라는 그런 회사의 계엄령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들렸다. 


그리고 나는 절망했다. 또 운다. 

얼마나 울고 불고 하면, 이게 좀 무뎌지고, 그냥 그렇게 덤덤하게 흘러갈까. 또 다른 하루를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일할 수 있을까. 


product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싶고, 테크놀로지에 대해서도 더 알아가고 싶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이해하고 싶었던 내가 어제까지 있었다. 그리고 오늘 없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열정까지 받들어줄 두 다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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