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eongrim Amy Kang Feb 22. 2023

당연스럽지 않은 것의 대한 정성, 그리고 관찰

2023.02.21

길면 길었고, 짧으면 짧았다고 할 수 있는 딱 10일, 그 열흘간의 방학이 끝났다. 그리고 그 끝남과 동시에 훅 다가온 나의 2월의 마지막주, 나의 2월이 이렇게 곧 끝난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과 동시에 새 학기에 들어간 학생처럼 나는 이리저리, 안부를 보냈다. 안녕안녕, 나 방학 끝나고 돌아온 경림이야, 어떻게 잘 지냈어? 왠지 오글거리지만, 그래도 한 글자 정성 들여 깊은숨들 이쉬고 내쉬는 숨에 Enter, 메신저를 보내고 미팅을 했다. 직장동료들에게 롱타임노씨 한번 날려주고, 무려 56통이나 싸여있는 메일 뒤지고 뒤지다, 업데이트할 건 하고, 답장 보낼 건 보내고, 미팅 한번 하다가, 혹시 나의 performance 리뷰는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왜 연락이 없는지도 물어봤다. 이제는 더 이상 기대조차 없는 매니저에게도 안녕인사는 빠뜨리지 않는다.


그리고 나의 멘토에게 나 한국에서 돌아왔다고 인사를 건넸다. 다들 그렇듯이 긴 휴가 어땠냐, 좋았냐고 묻는 그에게 나는, 좋았다고 간략하게 얘기하며, 언제나 그렇듯이,


한국은 아직도 어색하고, 한국이 나의 고향이냐 아니냐고 묻기엔 질문이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그렇다고 영국이 나의 고향일 것이냐, 나의 집일 것이냐는 나만의 질문에는 정확히 NO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는 그런 ODD 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기분이 이상하다고 전했다. 


항상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고향, 나의 집, 나의 나라, 나의 안식처. 

이 모든 것들이 아주 당연하지는 않겠구나라고 느꼈던 10일이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이 어디에 있을까 다시 나이 30이 넘어 생각해 본다.


나는 당연하게, 무언가 주어진 채로 태어나지 않았다. 엄마와 아빠의 노력으로 태어났고, 엄마의 자궁이 나를 품어주어, 노력해 주어 이 세상에 빛을 봤다. 살다 보니 내입에 들어오는 분유와, 밥, 내 몸에 입혀지는 옷들은, 내가 원시인도 아니고 "당연히" 있어야지,라고 생각한 것들도 엄마와 과거 이야기보따리를 풀다 보면 정말 당연스럽지 않은 것이었다.


친구도 당연하게 생기지 않고, 가족도 당연히 가족이라서 잘 대해주거나, 사랑해주지 않는다. 

돈도 나이가 들면 당연스럽게 벌리지 않고, 애인 남편, 첫사랑, 남자친구 여자친구, 단짝, 베스트프렌드, 지인, 회사 동료, 그냥 동료, 이런 것들도 당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나는 뭐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내전이 몇십 년간 이어져 오고 있는 시리아나, 제3국가라고 불리며 아직도 궁핍하게 살아, 눈에 눈곱이 아니라 파리가 꼬이는 국가에서 태어나지 않고, 한국이라는 그래도 이제는 선진국가라고 불리는 곳에서 태어난 것이 당연한 나의 권리라고 생각했나? 어쩌다 운 좋게 머리가 트고, 마음과 사상이 Open 되어있는 좋은 엄마를 만나, 해외에 나가서 내 맘대로 사는 것이 나의 당연스러운 권리이자, 내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생각했나. 


처음부터 나열하면 끝도 없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도대체 뭐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건지에 대한 나 스스로에게 향한 질문 중, 그 어떠한 질문의 답도, 이건 "당연한 것"이었다고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노력하면 노력하는 대로, 언어를 배우면 배우는 대로 받아들이는 나의 두뇌에게 감사했다. 생각하면 생각하는 대로 깎아내리지 않고 나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어 감사했다. 굉장히 새삼스러운 감사함이었다. 남편이 종종, 부모라면 이러이러하는 것이 당연한 거지,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라고 얘기하곤 한다. 내가 과연 엄마와 같은 부모였다면, 어른이었다면 그렇게 "당연한 것"을 나는 이행 할 수 있었을까? 


왜 내가 당연스레 자식 둘이나 맡아 혼자 키워야 하고, 왜 내가 당연스레 이아이들의 학비, 식비, 주거비를 대야 하는지 의문이었을 것이다. 몸이 축나고, 감정이 축나고, 정신이 혼미할때즘이면 나는 나를 포함한 나의 주변 모두를 버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복잡한 사람이거나, 남편이 심플한 사람이라, 이렇게 180도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일 수도... 다행이다.


엄마와 보냈던 이 10일간의 모든 여행, 식도락, 활동, 하하 호호 웃음, 잡담, 한숨, 수다, 티키타카. 이 모든 것이 나와 엄마 그리고 남편 동생 아니 모든 사람의 노력을 통해서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손순이" 보일 수 있도록 한 그 의지와 행동에 나는 다시 조용히 경이와 다행을 표한다.


2월이 지나고, 3월 4월 5월... 그리고 2023년의 마지막 그날까지, 모든 것 하나하나 정성과 마음 그리고 기운을 드려 행할 나와 나의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뭔가 거하지만, 단순하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그리고 하루하루, 잘 일어나고, 먹고 싸고, 쉬고, 일하고, 사람이 싫은 대도 사람을 대하고 말하고, 교류하는 나에게, 하루하루 나의 언행 하나하나 최악이 아닌 차악이 나오게 정성을 들이는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위대한 그런 목표 말고, 이렇게 하루하루 정성 들여 살자고 그렇게 다짐한다. 





작가의 이전글 내 “원” 안의 사람들과 여행, 그리고 관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