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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Dec 10. 2020

새로운 곳, 새로운 불편함.

세상에 이렇게 불편한데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드디어 7일

우리는 이사를 끝마쳤다.


이사를 끝마치는 데는 

나의 허리, 등 그리고 나의 다리 근육들이 혹사당하고

죽음(?)을 당했지만, 그만큼 나의 나만의 보금자리가 생겼다는 것에 굉장히 또 다른 행복감을 느낀다. 


새로운 가구들과

있어 본 적 없는 집안에서 사용 가능한 회사 모니터,

그리고 밖의 리버사이드 뷰까지.


요트들이 즐비한 곳에서 이러고 있자니

샌프란시스코에 소살리토에 다시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세상 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물론 내가 해야 할 것은 없었다.


내가 영국에서 사는 외국인으로서,

영국 시민의 등골을 빨아먹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단순 노동뿐.


불편함 1.

인터넷을 설치할려니, 이전 세입자가 전화선 연결을 안 해 놨단다.

난 분명 아이들이 3명이나 있는 가족사진을 보았는데...

애가 있는데 전화선이 없다고??? 인터넷 와이파이가 없다고???


이게 무슨 경우지? ㅎ. 하지만 그냥 가볍게 패스하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전화선 설치를 apply 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 4mb -10mb 속도의 인터넷 브로드밴드 밖에는 설치를 못한다네..


이 지역 전부다가 그 정도의 속도 밖에는 안된단다.


이상하다.. 나는 분명 바로 옆에 상점들과 이 지역에서 꽤나 큰 대학교를 봤는데..

대학교가 있는데 인터넷이 이 정도라....


다시 한번, 한국의 위대함을 느낀다.

무제한 데이터, 공짜 와이파이, 5g와 그 정도의 속도는.... 우리나라 말고는 없다.


모두들.. 알아두세요.


그리고 우리는 저 말도 안 되는 속도의 인터넷을 설치하기 위해서 또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핫스폿으로 영위하고 있는 집안에서의 인터넷 생활은

풍. 요. 롭. 다....


불편함 2.

나는 분명 아마존 prime을 주문했는데.

아마존 프라임이 프라임이 아니게 된다.


특히 12월에는..

공포스러운 12월이다.



"크리스마스가 뭐 별거야.

설마 이 정도 선진국가에서 성수기 택배 문제 정도는 해결해놨..."

그냥 기본이 3일에서 5일, 정상은 1주일이 넘게 걸린다.


게다가 택배사들이 택배를 잊어버리는 (lost)해버리는 경우가 벌써 열 손가락이 넘는다.

잊어버리면, 보상도 안 해준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지?

아마존은 그나마 나은 것이, 잊어버리면 다시 replace 해주겠다거나 compensation 해주겠다며 바우처를 주는데.. (그게 다무슨 소용이야.... 내게 없어졌는데...) 


ROYAL 메일은 배송 상황을 파악할 수도 없을뿐더러, 국제택배도 심지어 트랙킹 불가능할 때가 있다.

DPD는 그나마 나은데 비싸다.( TRACKING 가능) 이것도 장담할 수 없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은 경우가 택배사에서 다 나온다.

트위터 들어가 보면 정말 이런 막장도 막장이 없다 싶은데... 

그걸 가지고 소송하겠다 걸고 미친 듯이 넘어지겠다, 너네 장사 다시는 못할 줄 알아!!

같은 경우는 없다.

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하.. 힘들다. 내 커피는 1주일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안 오고 있다.

어디니... 커피야..


불편함 3.

집에 그릇 세척기가 있다.

거의 영국은 디폴트 값으로 딸려오는 것 같다.


근데 작동이 안 되네?

중개사에 문의했고, 집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사람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근데 디시 워셔가 우선순위는 아니어서,

언제 사람을 보내줄지 모른다고 한다...


우리는 있는 기계를 놔두고, 

매일매일 접시를 제 손으로 닦고 있다.

10달 동안 사는 동안, 제 손으로 접시를 닦는 경우가 정말 없었는데..

오랜만의 식기 세척에 내손이 아프다.

......


불편함 4.


분명 모든 국가, 세계 전부가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여기만 유독 낑낑 대는 느낌이다.


인터넷 때문에 전화연결 한번 하려면 1시간이 걸린다.

CS들의 설명은 세월아 내 월아...

한국은 이럴 수 없다. 이러기만 하면 다들 컴플레인 거니까.

여기는 컴플레인 거느니 마느니, 상관이 없단다.


게다가 협박도 한다.

상담원이 거의 왕수준, 살짝 기분 나쁘게 하면 내가 상담 요청한 건을 아예 안 올리거나 혹은 없애버리는 경우가 있단다.... 그래서 기분 나쁘시지 않게 최선을 다해 응대(?) 해야 한다...


모든 불편함의 이유가 다 

"Covid-19 때문에..."

"현재 정부가 락다운을...."

그놈의 코비드 코비드 코비드..

너네만 코비드 있니. 우리도 있다....



그래도 편한 건.

내 공간에서 내가 하고 싶은걸 하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든지 말든지

그냥 저기 저 소파에서 입을 오리처럼 쭉 내밀며 

열 일하고 있는 남정네의 모습과


그 뒤에 펼쳐진 리버사이드 요트, 그위로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을 보면

그냥 저위의 불편함을 그러려니 하고도 살 수 있겠다 싶다.

물론 징징 대마왕 나는.

"살 수 있겠다." 싶다가도 징징징 대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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