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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May 13. 2021

모기 사촌에게물어뜯기는 나날, 누굴 탓하랴

Gnat 새끼는 강했다

내 살아생전, 해충들도 참 각 나라마다 다양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올 줄은 몰랐다.


4일째, 나는 산채로 모기 사촌뻘 되는 Gnat라는 (한국어 뜻도 모기라고 나옴......) 새끼한테 물어뜯기고 있는 중이다. 웃기게도 AB형을 가지고 있는 나는 베드 버그에게도 Gnat라는 아이에게도 굉장히 맛있는 피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 한다.


그래서 나의 파트너는 같은 침대와 같은 공간을 쓰고 있음에도, 한 번도 물리지 않았다.

억울하다.


고작 손톱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벌레, 그것도 보이지도 않아 죽일 수도 없는 고작그런 벌레 때문에, 나의 수면의 질과, 삶의 질이 이렇게 떨어질 수 있나.



잠을 잘 수가 없다.

다른 곳도 아닌 침대에서 훨씬 더 많이 물어뜯기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러고 나니, 얼굴에도 팔에도 다리에도 발에도 손에도 다 기어 다니는 것 같아 도저히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자의로 소파로 쫓겨났다(?)

레더 소파 위에서 자니, 훨씬 몸이 차가워지면서 벌레를 덜 꼬이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수면의 질은 곤두박이칠 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지낸 지 어언 4일째, 나는 새벽에 화장실 가러 한번, 소파에서 화장실까지 가는데 2번, 화장실에서 소파까지 가는데 3번, 창문으로 비춰오는 동트는 태양에 4번... 잠자기는 글렀다고 생각하다, 기절하듯이 다시 자는데, 도저히 아침 8시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불가능했다.


이렇게 자연의 세계는 너희 따위는 내 손톱에 때만큼도 안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끔 한 번씩 각인시켜준다. 세상에 모기도 아니고 모기 사촌에게 물어뜯겨 잠을 못 자 몽롱한 나라니......


누가 이걸, 

"그래그래, 모기 사촌에게 밤새 물어뜯겨 네가 그렇게 피곤하구나, 힘이 없구나."

라며 토닥여주랴.


애당초 AB형을 타고나, 선천적으로 예민하고, 벌레를 잘 꼬이게 만든 나의 몸뚱이 탓이지.

빨리 아마존에서 시킨 바디 스프레이가 왔으면 좋겠다.


바디 스프레이로 오늘은 진짜 흠뻑 내 몸을 적셔보겠다......

죽어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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