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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May 25. 2021

30의 여독은 오래간다...

나이 먹는 게죄다.

며칠 전 갑작스레 분 파트너의  허파 바람으로 인해, 런던에 다녀왔다. 


그 바람은 영국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lockdown easing에 한 부분으로써...(ㅋㅋㅋ)
5월 17일부터 락다운이 거의 다 풀려, 이제는 레스토랑 실내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어, 그 김에 할 수 있었던 돈지랄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우리 호텔이랑 레스토랑 다 예약했으니까. 담주 수요일에 가는 거다." 한마디 듣고, 

기내용 20인치 케이스에 냅다 속옷과 양말을 주워 담고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한 카디건까지 톡톡히 챙기고 런던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나의 선견지명이란 대단하다.. 영국 2년 차, 이제는 미친 날씨도 예견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도시처녀의 나날을 다시금 느끼며, 10년간 상하이에서 상하이 시티 걸로서 살아간 모든 시간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상하이에서 시중심에서 살면서 정말 당연시하게 느꼈던 그 모든 편의, 사랑스럽고 맛있는 커피가 가득한 카페, 미어터지는 사람들 그리고 쇼핑센터......



나는 한 번도 시골이나, 교외지역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죄다, 대도시였다.


그래서 교외지역에서 현재 살고 있는 영국 교외 처녀(?)인 나는 런던이 정말 오랜만에 주는 편의와, 맛있는 음식, '모든 것이 여기서는 가능하다'라는 그 느낌이 정말 새로웠다.


그리고 왠간히 나가지도 않고, 대중교통 따위는 타보지 않은 1년 반 동안이나 영국 교외에서 썩힌 나의 몸은, 런던의 옥스퍼드 스트릿조차 견디지 못했다.


이게 나이 20과 30의 여독 차이, 이구나.


20대의 나는,

여독이 뭔가? 여독이라는 게 진짜 독이야? 싶은 굉장한 천진난만함이 있었다면...

(캐러멜 마키아토에 당분을 더 달게 하기 위해서 소금 치는 그런 느낌......)


30대의 느껴본 이 여독은,

정말 독이었다.

그야말로 毒...... 


멋좀 부려보겠다며 원피스에 부츠를 신고 갔다. 어차피 옥스퍼드 스트릿 정도 걷고, 지하철 탈 건데, 플랫이나 운동화가 필요하겠어?

라고 생각했다가, 나의 발은 물집투성이가 되었고, 현재까지 나의 발목의 인대는 쓰라린 고통 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기념품도 챙겼다. 

부츠를 벗어재끼고 길거리를 활보하기 직전, 나는 PRIMARK에서 생전 사신어보지 않을 싸구려 £10파운드 자리 흰 운동화를 처음으로 구매해, 족쇄에 풀린 드라마 마인의 노덕이처럼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옥스퍼드와 차이나타운 그리고 레스터 스퀘어를 미친 듯이 걸어 다녔다.


그리고 그 운동화는 내 신발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나의 은인이다.



기가 찬 건,

아직도 여독이 안 풀린 것 같다는 느낌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2시간 연속해도 이렇게까지 허벅지와 등이 쑤신 적이 없었다.

스트레칭과 요가를 2시간 연장했는데도 이렇게까지 풀리지 않는 근육통은 처음이다.


30이다....

여독은 더 이상 장난이 아니다. 독이란 독은 다 피해야지...

나는 오늘도 나의 쑤시는 허벅지와 허리를 위해 요가매트를 폈다.


날아가, 이제, 여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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