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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un 01. 2021

그녀의 이름은 크루엘라,

닮고 싶은 그 Brilliant 그리고 Bad

오늘 날씨가 22도를 넘겼다.


항상 10 몇 도를 웃도는 영국의 더럽고 치사한 날씨 속에서 22도라는 것은 참말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일이다.

7월 8월이 오기 전에 이렇게 날씨가 좋은 건 흔치 않다.


또 흔치 않게 온건, 좋은 날씨뿐만이 아니었다.

지겹도록 짜증 나는 그 이름 "필요시"를 먹을 시간...


필요시를 이번 주에만 하루에 1개씩 꼬박 4일 연장으로 먹었다.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목의 답답함과, 목조임, 게다가 몰려오는 편두통, 가슴팍에 헬스장 20kg 자리 플레이트를 올려 노은 아픔과, 밤에 꼭 몰려오는 두근거림은 나의 의지를 꺾게 하기 정말 충분했다.


그런 나를 위해 영화를 보러 가자는 파트너에 말에,

"이게 나를 patronizing 하는 건가? 왜 갑자기 이래?"라는 나쁜 미친 마음도 들었지만,

이내, 달마티안 101마리의 주인공중 하나인 크루엘라가 실사판으로 나왔다는 걸 보고는

냅다 티켓을 구매했다.



7살 때부터 조기 영어교육을 시키겠다는 엄마의 지도 아래, 항상 눈뜨면 봐왔던 디즈니 시리즈 중에서 단연 최고봉으로 꼽히는 것 중에 하나는 "101마리의 달마티안"이다.


동물에 인간을 향한 것보다 더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말도 안 되는 신데렐라, 백설공주보다 달마티안이 더 좋았다.

그들이 어떻게 101마리나 낳았는지, 그 많은 개들을 어떻게 한집안에 묶어둘 수 있었는지 등, 그런 거 따위 궁금치 않았다. 


그 와중에 달마티안 가죽처럼 한쪽은 검정 한쪽은 하얀 머리를 하고는 매일 담배를 쥐고 놓지 않는 최대의 악녀, 크루엘라 데빌이 부르는 노래는 나를 이 달마티안 시리즈에 흠뻑 빠지게 하기 충분했다.


그때는 저 크루엘라 미친 x는 왜 저 강아지들을 못 가져 안달일까? 나쁜 아줌마!

라고 생각만 했지, 크루엘라의 입장이란 것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래서 디즈니가 무섭다.

애니메이션이니 선과 악이 있어야겠지만, 악은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유를 들을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절대 악(恶)으로 몰아붙인다.


여하튼 그래도 디즈니가 이런 프리퀄을 만들어줘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반성 차원인가...)


영화 속에서 크루엘라가 지속적으로 말하는, "Born Brilliant, Born Bad" 중에서 과연 Born bad가 맞는 말일까 싶다.

Bad가 무슨 뜻이지, 무슨 기준으로 bad과 good을 논하는 걸까?


그리고 나는 이영화에서 다시금,

아무리 Bad라고 낙인찍혀도 Mad라고 손가락질당해도 , Brilliant , Genius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크루엘라는 그렇게

나의 첫 타투 후보로 올랐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 그 길, 그 폐쇄된 공간에서도 단 한 번도 목조임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오늘은 약을 먹지 않아도 되겠다고 느낀 것은 분명 날씨 때문 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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