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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Apr 03. 2022

지겨운, 멘털 일지 3

멘탈만 그런줄 알았더니, 나이에 맞게 몸도 망가집디다.

03.28


벌써 3월의 마지막 주,

아니 이렇게 바짝바짝 사람 말리기 있냐.


그 말인즉슨, 나의 결혼식 (파티)도 곧이라는 말이고, 나의 2시간 이상의 장거리 여행은 20대 말고는 한번 해보지 않은 우리 엄마의 장거리 여행도 곳이라는 말이다.


내 결혼식에서 뭔 일이 생기는 그 기분보다는, 엄마한테 무슨 일이 불편한 일이 생길까 노심초사다.


나이 먹어서도 60이 다 되는 그 여정에도 딸내미를 걱정시키는 엄마라니, 참......

사랑시릅드...



03.29


솔직히 까놓고 말하겠다.


이놈의 세 살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더니, 멘털 일지래 놓고, 일지를 주(周)로 쓰고 있다. 왜 그러니 도대체.


하루에 10분 정도 시간 내서 쓰면 되는 것을......

말을 쉬운데 쉽지 않다. 


요새 마음의 여유가 없다. 당장 다음 주면 4월이고, 결혼이고, 엄마가 오고, 그리고 요새 나는 이를 갈며 포폴을 준비하고 있다. 

세상 마상 이 회사에 들어와서 한 거라고는 3개 프로젝트 밖에 없는데, 몽땅다 평균 3달짜리 큰 프로젝트다 보니, 이걸 쪼개고 나누고, 줄이고 내치고 자르고. 아주 난리가 났다.


이걸 쪼개고 나누는 저 말도 안 되는 행위에만 거의 3주를 잡아먹었다.

이렇게 효율성이 없는 인간이었나.


포트폴리오는 정말 끝이 없다.

완벽이란 있을 수 없으니, 왠 간하자.



03.30


왜인지는 확실지 않으나, 오늘 디자인 리뷰를 한다.


엔지니어와 개발자들의 일진행 속도가 정말 오지게 더디다.

아니 무슨 Reset password 플로우에만 1주일을 잡아먹나...


정작 정말 중요한 유저 플로우에는 손하나 못 대고, 있는 꼬락서니라니. 

아주 미운 짓만 골라한다.


그렇게 효율성이 어쩌고저쩌고, 우리 디자인팀의 디자인이 전혀! 준비 안됬다고 할 때는 언제고, 도대체 이 진행속도는 어디서 가지고 온 허접 다리?


여하튼 우리가 캔디 크러쉬가 아닌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뭐 이런저런 질문들은 나왔으나, 여전히 

"아그건.. 아직.." "아 그건 우리도 조사해봐야..." 

아니 그 조사기간은 이미 예 저녁에 지난 거 아니었나요.


이런 걸 듣고 있자니,

얘네들이 나보다 개발자라는 이유로 훨씬 돈 많이 받을 텐데, 아니 이렇게 개판으로 일하기 있냐.


갑자기 억울해졌다.


포폴에 속도가 더딘 나의 손과 머리를 원망한다.



04.01


오늘 아버지가 오셨다. 


내 아버지 말고, Father in law.


아직도 한국어로 시아버지라는 말이 입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왠지 오그라들고, 뭔가 갇히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20년간 보고 자란 그 시아버지의 잔상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있어 그런가 보다.


마이크가 집에 오는 날이면, 뭔가 기분이 들뜬다.

마이크는 정말 ocd를 빼놓고는 퍼펙트한 아버지 상이다. 

이렇게 인상도 좋을 수 없고, 능력은 물론이고 성격도 좋을 수 없다. 물론 ocd로 인해 가족이 힘들어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정말 감사하지만, 마이크......

너랑 살 때 너무 힘들었다옵니다. 하하하하



오늘 마이크가 온 이유는 우리에게 대출을 받아주기 위해서였다.


맨날 돈돈 거리는 우리를 위해서 신용카드의 빚보다 훨씬 좋은 대안책을 2가지 내주셨는데,

1. 파트너가 이후에 받을 집 보증금에서 까는 것

2. 대출을 받아서 이자를 적게 내는 것


나는 웬만하면 이후에 받을 유산에서 까는 것이 내키지 않았으나, 단박에 우리의 결혼비자비용을 해치울 수 있다는 얄팍한 Shortsighted 한 생각으로 1번을 하자고 했다.


그러나, 집값을 다시 보니, 아이고, 안 되겠다.


2번으로 바꿨다.


한국과는 다르게, 여기선 신용카드를 쓰고, 신용카드 빚 (아무리 갚을 능력이 출중해도......) 자체가 있는 게 굉장히 안 좋은 거란다. 

나중에 집 살 때 대출기록이 이미 있거나, 차를 샀다는 기록이 있으면, 집 대출받기가 어지간히 하게 힘들단다. 그래서 내 파트너 이름으로도 대출을 받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번의 마이크의 클릭으로 우리는 대출을 받았다.

내 생의 첫 생활비를 위한 대출이었다.


꽤나 큰 금액이어서, 뭔가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이미 어른인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돈 들고 날르면(?) 아버지가 같아야 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날를 때 가지는 금액보다 우리가 받을 유산이 훠얼씨인 많기 때문에 허튼수작은 부리지 않기로 했다.

하핳



04.02


뭔 자신감인지 모르겠으나,

나나 파트너나 굉장히 뭔가 미래에 대한 힘찬(?) 생각으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 정도 연봉을 받으면서 둘이 Joint계좌를 만들어서 살면 얼마 정도가 나올 거야 그러면 그거 빼고도 우린 이 정도가 남아,
그럼 이건 그냥 Disposable인 거야! 


들으면서도, 음.. 그게 그렇게 쉽게 될라나? 싶었으나, 

내 파트너와 얘기하면 항상 진짜 그렇게 된다는 최면에 빠진다.


Manifesto

자신은 항상 이렇게 말로 선포를 하고 생각으로 다시 선포한다고 한다.

신기하다.


아버지가 좋으면, 이렇게 자신감에 찰 수도 있는 건가.


항상 실질 주의적이 더 세상 이치에 맞는다고, 일부로 부정적인 생각으로 몰고 갔던 나의 생각 회로를 바꿔보려 한다. 나도 같잖은 manifesto를 애써 해 본다.


그리고 그날 저녁, 

파트너는 인터뷰가 잡혔다.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관두고 데이터 애널리스트로 커리어를 바꾸면서 열공한 지 3달만의 인터뷰였다.

뭐야.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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