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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Apr 18. 2022

애쓰는 나의, 멘털 일지 4

나는 애를 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충분하다.

04.04


어김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 사상 최초로 가장 적은 양의 장을 보고 집에 와 카운슬링을 준비했다.

저번 멘털 일지의 내용을 살펴보며, 뭘 얘기하면 좋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커피 마시니 후딱 Zoom콜 알람이 켜졌다.


이번 주 주제는, 언제나 똑같은 결말로 흘러간다만, 엄마, 아빠.


엄마가 내 결혼식으로 첫 장거리 여행을 하며 영국으로 오시는데, 많이 걱정되고 불안하다고 했다. 왜 불안한지 뜯어보았다. 

그리고 엄마 자체는 스스로 그렇게 불안하지 않고, 아무 생각이 없을 수도 있다고 결론이 났다.

물론 그 말 자체를 100% 믿지 않는다, 왜냐, 첫 12시간 이상의 장거리 여행에, 다리 수술한 지 반년도 안 지나오는 해외여행인데 안 불안 할리가 있나.


지팡이도 짚고 오신다는데, 그 지팡이를 구매하고 생각하고, 얼마나 불안하고 슬펐을까를 생각하니, 

아.. 또 또 엄마한테 너무 과몰입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그 외에 것에는 너무 Harsh 하게 내 몸과 마음을 채찍질하지 않기로 했다. 그게 말이 쉽다마는......


그다음은 영원한 나의 적, 아빠.


언제까지고 나는 아빠를 용서할 일이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내 Father in law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족끼리 다 있으면 그렇게 편하고 좋은데, 마이크랑과 1:1로 있을 때면 도대체 뭘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소파도 저어 멀리 떨어져 있고, 서로 핸드폰 보며 할 것 하고 있지만, 나의 눈과 마음은 바쁘다.


눈알을 열심히 굴리며, 뭐하고 계시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어디 불편하신가, 얼굴색이 안 좋으신데? 혹시 어색해서 저러시나. 등등.. 아주 난리가 난다.


그리고 누군가 들어오면, 다시 평안 모드.  한숨을 내쉰다.


마이크의 딸, 내 시누이(?) 한나가 아버지에게 항상 호통치며 이것저것 필터링 없이 얘기할 때는, 그게 그렇게 신기하고 좋아 보일 수 없었다. 나도 어른 남자와 저런 관계였다면, 이렇게 힘들었을까


그렇다. 힘들다.

아버지, 나이 든 남자, 어르신의 존재는 나에게는 없었다. 정말 Extreme의 형상이었다. 

엄청 시끄럽고, anger issue 가 있거나, 혹은 굉장히 조용하고 우울한. 형태


그 중간의 것(?)을 본 적이 없다. 안타깝다.

선생님은 

이건 게으른 방식의 변명이 아니고, 실제 팩트가 그런 거예요.
그런 건강한 관계를 어른 남자와 맺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겁니다. 그것에 대해 자신에게 학대를 가하지 마세요.

왜 이렇게 하지 못했고 이러지 못했니가 아니고, 아.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생각하세요.

다 맞는 말 입니다만, 그게 말처럼 쉬우면......


이런 미련한 나에게 선생님은 간단한 테스트 및 해답을 주셨다.


이후 아버지와 같이 있게 될 경우, 어색하거나, 눈치 보지 말고, 그 감정을 읽어보라는 것.

이 감정이 당장 현재의 감정인지 아니면 과거의 경험에서 오는 것인지 분리해보라는 것.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방식이라, 신기했다.

이게 내가 현재 겪고 있는 어떤 사건사고 현상에 대해서 느끼는 불편하고 어색한 감정인지, 혹은 과거의 경험에서 도래한 내 몸이 저절로 느끼는 부정적인 느낌인지, 확실히 갈라 노은적이 없다. 


분리하려는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 이어 선생님은 


이건 Acknowledge, 깨닫는 과정이지, Judging 평가하려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두세요.
당신은 현재 애를 쓰고 있어요, 깨닫고, 본인 스스로를 victimizing을 해서 가엽게 여기려는 게 아니고, 변명을 하려는 게 아닌, 깨달으려고 지금 이러고 있는 거라고 본인에게 인정을 해주세요.

그놈의 인정.

남에게만 받는 게 인정이라 생각했지

내가 나에게 주는 게 인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그래... 나는 선생님 말씀처럼, 과감히 나의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서 아무도 없는 황량한 상하이에 혼자 갔고, 공부했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다시 영국에 와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이곳에서 다시 멘땅에 헤딩을 했다. 그리고 더 나아지기 위해서 돈들이고 시간 들여 나를 가꿔가는 중이다, 배워가는 중이다.

그러니, 좀 더 나에게 착해지자.


이 글을 쓰는와중에도 드는 소름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어색함 때문이겠지.

오늘도 나에게 착한 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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