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를 것 없을 거라던, 국제결혼
그것을 해버렸다......
어차피 동거를 2년을 했다.
결혼에 대해서 무진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2인이 아니었다.
게다가 국제결혼.
결혼이라는 제도가 그렇게 심각하게 여겨지고, 세상만사 큰일이라고 여기는 그런 가족 밑에서 자라지 않았다. 그런 엄마 밑에서 이것저것, 예단이며 뭐며, 다해야 한다며 우겨보는 그런 가정에서 자라 본적이 없다.
그래서 국제결혼을 해봤자, 장소 만다르고 사는 곳이 다를 뿐, 어쨌든 종이에 사인하고, 결혼했다 증명받는 것 외에, 일상생활에서 굳이 엄청 다를게 뭐지?라고 생각했다.
어마 무시한 오산이었다.
가족의 성향이 완전 천차만별로 다르다 보니, 국제결혼을 하게 돼서 가족모임이나 뭐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면, 부딪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진 않았다.
여기서 부딪친다는 것은 부모끼리보다, 나와 나의 파트너 간의 Conflict를 말한다.
나의 파트너의 가정은,
아시아 국가의 대가족보다 훨씬 더 대가족 같은 그런 가정이다. 뭐든지 시시콜콜 다 나눠야 직성이 풀리고, 가족모임도 시시때때로 하며, 조카의 birthday, Easter, 그리고 심지어 유치원 가는 그런 날까지 온갖 것을 사진으로 남기며 그걸 또 그룹 챗에 열심히 공유한다.
그걸 보면서, 뭐 이렇게 까지 하지? 싶었다.
어차피 한 동네 살고, 항상 맨날 보는데 뭐 이렇게 까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러는 거지,
진짜. 호들갑이다 싶었다.
불편했다.
왜 그런 분위기에 그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나를 끼워서, 나를 이렇게 불편하게 하고, 뭔가 강압적으로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그런 느낌을 받게 할까...
그렇게 속으로 불만을 삼켜보았다.
저런 대가족의 반해, 우리 집은 그저 각자 알아서 잘살자 분위기.
물론 큰일이 있으면, 그게 좋은 일이라면 무조건 축하하고 살지만, 시시콜콜 모든 것을 그룹 챗에 공유하고 말하고 묻지 않는다.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 뭐할 건지도 모르고, 뭘 먹었는지는 더더군다나 모른다.
오늘 동생 어때 라고 엄마에게 물어보면,
네가 물어봐, 나 연락 안 해봤어.
이게 답이다. 그리고 나는 그게 Default값이라고 여겼다.
왜 굳이 이것저것 뭐하냐고 코 집어넣으며 알려고 드나? 그냥 살아있고, 좋은 일 은 없어도 나쁜 일만 안 생겼다는 것만 알면 되지......
그런데 이게 또 내 파트너에게는 신기하면서도 살짝 정 없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나중에 울고불고 엄마 보고 싶다고 하지 말고,
지금 여기 있을 때! 보라고, 왜 안 보는 거야?
네가 상관 할바가 아니다,라고 하려다 아... 이제는 네가 상관해야 하는 관계구나 싶어 Bite my tongue......
다시 한번 우리 가족은 너네 가족이 아니다.
시시콜콜 모든 걸 묻고 답하고, 에너지가 고갈되어도 옆에 탁 달라붙어있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라는 걸 다시금 설명하다. 어라? 우리 가족의 스타일이 뭔가 다른가? 싶어 살짝 걱정도 되었다.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
그러다 얼마 안돼 다시, 왜 남의(?) 가족과 우리 가족의 분위기, 관계 등을 비교하면서 우리가 잘못되었나를 생각해야 되나 싶었다. 평생 30년 생, 다른 대륙에서 자라고 태어나, 살아왔고 이제 겨우 3년 차 같이 있었다.
그런데 왜 같아야 하나.
같은 것도 이상하지.
이렇게 서로 교육을 한다.
Education.
이 말이 여기서 쓰일 줄은 몰랐는데. 책 파고드는 공부뿐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 나와 맺은 관계의 테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고, 나의 가족을 알리고, 나 또한 그들을 알려고 눈을 넓혀야 한다.
나의 기준으로 나의 관점으로 그들을 바라보지 않는 게 힘들 수 있다. 30년생 그렇게 살아왔으니.
하지만, 내가 선택한 사람과 길이니, 나 자신을 트레이닝하고 교육하는 것도 내 몫이다.
그렇게 살기로 했다.
남 들다 한다고 하는 국제결혼, 국제 연애, 국제 생활.
열라 힘들다.
내가 선택한 인생, 언제는 쉬웠나 싶다.
쉽게 쉽게 가려면 한국에 그냥 있었어야지.
별다를 것 없다던 국제결혼은, 이제 Ceremony를 뒤로하고, 진짜배기로 시작되었다.
별다른 나의 결혼, 별다르게 맞이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