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eongrim Amy Kang May 03. 2022

별다른, 나의 멘털 일지 5

아, 사는 거 좀 힘들다

04.25

크나큰 사건을 하나 해치우고,

2주 동안의 풀타임 휴일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 너무 싫다.


이렇게 루틴이 확 깨져버렸다가 다시 일상의 루틴 패턴으로 돌아가, 나의 여유롭였던 하루 스케줄을 다시 일로 머리 쓰고 몸 쓰는 일로 꽉꽉 채운 다는 건 정말 Overwhelming.


별달리 형용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진짜 벅차다.



04.26


별다를 것 없이 여전히 똑같이 스트레스받는 하루로 시작해 스트레스받는 하루로 끝나려고 하는 와중,

갑자기 띵동, 이메일이 날아왔다.


제목을 읽어보니, Contract.

드디어 새로운 조건의 계약서를 쓰는구나 다행이다. 


했건만, 웬걸. 4장이나 빽빽이 적혀있는 계약서를 영어로 죽죽 읽다 보니, 화나서 컴퓨터를 끌 수가 없었다.


Notice 일수가 2 달인 건 물론, 갑자기 나의 월급이 적어졌다.


나는 분명 리더와 퍼포먼스 리뷰를 했고, 분명, 다른 팀원과 마찬가지로 월급 인상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분명 약속이 되었고, 정확한 액수마저 나중엔 (내가 계속 추궁하니.) 불러주며, 그게 니 금액이다 하며 당당히 굴었는데......


이게 뭔 개가 방귀 뀌다 똥 나와 기가 차는 행태인가.


그냥 그대로 넘어갈 수 없는 나의 성질머리를 제대로 앞으로 끌어내, 장문의 슬랙 톡을 리더에게 날리고, 5가지 포인트를 노트패드에 적어 내려 가며, 내일 어떻게 Head of people and culture라는 마가렛에게 날릴지 머릿속으로 여러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빵이 너무 쳐서 오늘 하루는 필요시를 먹고 자야 하나 했는데, 뭔가 아무런 생각이 안 난다.

역시 나이가 들면 성질이 한풀 꺾인다더니.

그 말이 맞나 보다.



04.27

 

3시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아침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리얼을 욱여넣고, 바로 운동복을 꺼내 운동을 나갔다.

앞으로 아침 먹고는 나에게 생각할 여유 따위 주지 않기로 했다.

이제껏 열심히 먹고, 자고, 쉬고, 게을렀던 나의 몸에 꾸덕꾸덕 불려버린 지방들을 태워야 한다.

적어도 내가 봤던 전신 거울에서의 나의 쳐져버린 엉덩이와, 다리의 셀룰라이트가 그렇게 외친다.


그리고 바로 운동을 다녀와보니, 점심.

점심을 후딱 먹고, 라테를 만들다 보니, 다시 오후.


3시가 도래하기 전, 나는 나의 오래된 cv를 고쳐 보기로 했다.

2021년 5월에 작성했던 나의 최근 CV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과감하게 좍좍 그어내고, 새로 써 내렸다, 디자인도 새로 했다.

그리고 무려 1시간 반 만에 CV를 PDF로 다운로드하였다.


바로 멘토에게 슬랙 날리고, 링크드인으로 Recruiter에게 톡을 날렸다.

그리고 미팅을 여러 개 잡았다.


3시, 나의 새로운 계약서 리뷰를 하기 전, 나는 만반의 무장을 했다. 



말도 안 되는 head of people의 변명을

어 그런 조건 나는 들어본 적이 없어, 내가 다시 너 팀 리더와 말해볼게.


가볍게, 안 그래? 하며 웃어주곤, 나의 expectation을 날렸다. 


Minimum xx CAD/hr, 나를 프리랜서로 이용하려면, 이 정도가 미니멈이니,
고려해보라.

라고 말하며, 미팅을 하하호호 끝마쳤다.


굉장히 사악하고, 어둡고, 질척거리는 그런 미팅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30년간 단련된 나의 비즈니스 미소가 이렇게 먹히다니. 

순조로히 미팅을 끝마쳤다.


또 기다림의 시간이다.

하.

인생은 기다림이라더니, 정말 기다리기 귀찮다.


그래도 이전처럼 죽는 날 기다리는 것보다,
새 계약서 기다리는 나날이 더 낫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해본다.

04.29


왜 다이어트도 그렇고 내 커리어도 그렇고 다들 요 모양으로 LIMBO 중인 것 같지.


한 발짝 나아 서면, 다시 두 발짝 멀어져, 계속 그 자리에 맴도는 듯하다.


웨딩이 끝나고 미친 듯이 먹어대다, 겨우겨우 어렵게 뺀 뱃살을 2인치 고대-로 다시 늘려놓았다.

이제 곧 헐벗어야 하는 여름이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1500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다시 HR 매니저와 미팅이 잡혔다. 나의 리뉴얼된 계약서 때문.


법적으로 내가 영국에 있고, 캐나다에 없기 때문에, 풀타임이 될 수가 없어, 프리랜서 계약으로 바꿨다.

내 원참, 이렇게 처음으로 시급으로 커리어를 쌓아보는구나.


원래 기다리고 있던 금액의 더 높은 금액을 불렀다.


어째 잘 받아들이나 했더니, 웬걸, 오늘 Resourcing 하는 날, 내 풀타임 8시간을 절반으로 뚝딱 잘라버렸다. 그리고 우리 팀에 클라이언트 들어오면 바로 네가 투입될 거라며 준비해놓고 있으라는데.


정말 밥맛이 뚝.

애초에 정말 나를 생각해줬다면 (?) 계약서 쓸 때, 나에게 이렇게 시간이 변동될 수도 있다고 했어야 한다.

그게 도리에 맞는 짓이지.


앞으로는 캐나다와는 일 못하겠다.

첫 캐나다 직장이라, 오호라 했는데 오호라는 개뿔, 어디서 자꾸 개가 왈왈 대는 소리만 들리니 이 거원......


이제 포폴 준비도 막바지

오늘 figma 디자인에서 HTML/CSS로 싹 다 바꿨다, 이렇게 또 배워가는구나.

빨리 호스팅 끝내고 Publish 해버려야지


그들이 그토록 말했던, 

이제 프리랜서니, 다른 회사와도 일할수 있다. 

를 소여물 되새기는 것처럼 다시 되새겨, 링크드인에도 열심히 포스팅을 하기로 했다.


다 죽었다.

진짜 머리, 몸, 마음을 다 불태워야지.





작가의 이전글 별다를 것 없을 거라던, 국제결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