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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May 05. 2022

현재, 과거 그리고 트라우마

Disrespect and Trauma

어느 날 갑자기, 변함없는 무표정으로 의미 없이 틱톡을 스크롤질 하다, 굉장히 신기한 박사를 만났다. 


그렇지, 박사를 만난 건 아니고, 어떤 인터뷰 비디오 클립이었는데, 내용의 포인트는;
우리는 항상 현재에 반응하지 않고, 과거의 어떤 일에 대한 관점에 반응을 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굉장히 신기한 주장이라서, 눈여겨보다가 1분이 지나 클립이 끊기자마자, 유튜브를 들어가서 이 사람의 이름을 쳤다. 무려 2시간 반이 넘는 비디오부터, 그 비디오를 짜깁기해 계몽적인 10분짜리 클립까지 온갖 내용이 다 나왔다.


박사의 이름은 Dr Gabor Maté. 굉장히 오글거리는 유튜브 썸네일의 "This will  change your life!"라는 타이틀과 함께 온갖 내용의 발표 내용과 스토리가 나오는데 하나하나 다 뒤져봤다. 보통 그가 얘기하는 것의 중점 중 하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Genetic Disease는 외국 서방국가의 의학기술의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굉장히 편견 가득한 "것"중 하나이며, 어떤 특정한 유전자 DNA를 가지면 질병이 생기고 병에 걸리는 게 아니고,


굉장히 어렸을 적, 유아기였을 적의 경험한 트라우마가 우리의 몸을 바꾸고,
그것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그 자신과 그가 심리학 박사로서 접했던 모든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발견한 이 계몽적인 주장은 상당히 유명한가 보다. 특히, 유아기의 트라우마로 인한 성인의 ADHD 그리고 중독 증세에 대해서 굉장히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굉장히 설득력 있다. 


나를 굉장히 사로잡았던 두 문장이 있다.

As a matter of fact the degree of child's asthma has been correlated with the degree of mental disturbance on the part of the parent. 

We are responding to the perception of the past, not the present.


나는 내가 회고할 수 있는 7살 어린 시절부터 천식을 어마 무시하게 알아왔다. 간신히 3년간의 전문가 뺨치는 수영 수업과, 수영 연습을 통해서 천식은 나아졌으나, 아직도 겨울이나 환절기 혹은 습기 가득한 날씨면, 기침을 오지게도 한다. 


우울증을 굉장히 심하게 알았을 땐,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정도를 망상에 쏟아부었다

.

내가 이전에 이런 사건에서 이렇게 했더라면, 내가 이렇게 말하고, 이렇게 행동했더라면, 더 좋았을걸, 내가 이렇게 표정을 지었다면 좀 달랐을까? 내 잘못이구나, 내 잘못이야의 패턴을 하루 종일 돌렸다. 항상 과거에 갇혀있는 상태라 현재를 살아갈 힘이 없었고, 미래는 커녕, 당장 그 자리에서 객사하는 게 내 꿈이었다.





최근 들어 돈 들여 가며 약을 수시로 바꾸고 다시 먹고, 적응하고, 거기다 돈을 더 들여가며 하고 있는 카운슬링을 통해서 이래저래 나를 좀 바꿔가고 있다.


하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정말 이 Clishe 같은 이 단어, 어린 시절. 그리고 그 시절에 대한 우울감.

카운슬링을 하다 보면, 내가 그때 그 사건에 왜 그렇게 생각했고, 왜 감정이 그렇게 화가 났으며, 우울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원인 (origin)을 파고들어 가는데, 100% 그 원인은 항상 어린 시절의 아버지, 어린 시절에 아버지에게 당한 폭력, 폭언이었다.


아... 정말이지 다른 이유는 없는 것인가? 그냥 내가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서, 혹은 내가 선천적으로 이렇게 타고나서, 혹은 내가 못생겨서, 다리가 짧아서, 뭐 등등 다른 것은 없는 것인가...... 언제까지 저 소리를 달고 살고, 얻고 살 것인가. 왜 나는 저기서 벗어나지를 못하는가.....


이 소리를 고대로 선생님께 했더니, 선생님은; Clishe가 아니고, acknowledgement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왠지 이 문장의 다른 버전이 Dr Gabor Maté의 주장이 아닌가 싶었다.


이렇게 반복 적으로 똑같은 주장이 제기되면 그 이유가 있겠지.....




Dr Gabor Maté가 진행한 짧은 실험을 나도 나 스스로에게 해보았다. 


최근 들어 엄청나게 화가 나고 짜증 났던 며칠 전의 계약 사건을 떠올렸다. 그리고 A를 떠올리며, 그때 당시의 나의 감정 (Emotion)이 어땠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화가 나고, 슬프고, 처절하고, 절망스럽고, 짜증 나고, 울고 싶었다

그리고 여기서 "절망스럽고, 울고 싶었다"는 State of mind, 마음의 상태,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제외한다. 

그리고 왜 그 사건이 일어났고, 왜 슬프고 화가 나고 짜증 났는지를 생각했다, 이유는 그 상대방의 행동과 태도에 있었다. 계속해서 미뤄지는 계약서 리뉴얼과, 말도 안 되는 이유, 그리고 다른 상대방에게 떠넘기며, 나를 어찌할 바 모르게 만든 상태가 이모 든 것의 원인이었다.


그리고 박사님 말대로 이렇게 계약서가 미뤄지고, 그들이 답장을 1주일이나 안 하고, 내 슬랙 톡을 무시하는 이유 중, 내가 처음으로 생각했던 그 이유 말고, 다른 외적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1. 그 담당자가 정말 바빠서

2. 담당자가 잊어먹어서 

3. 담당자 가족이 돌아가셔서, 사고가 나서.

4. 담당자 혹은 친구 가족이 병원신세를 져, 담당자도 그 자리에 있었어야 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저 많은 이유 중에서 나는 미뤄지는 계약서와 응답 없는 담당자 및 나의 팀장의 태도와 행동을
 나를 무시하고, 나를 얕잡아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그 이유를 떠올린다. 


그 이유는 내가 일전에도 이런 비슷한 경험, 나를 무시하고 나를 얕잡아보았던 그 누군가와의 충돌이 있었고, 부정적인 사건으로 번진 이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내가 얕잡힐 만한 사람이구나, 나는 그냥 항상 무시받는 사람인가 보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깍아내려왔다.


그리고 박사는 실험 마지막, 이게 바로 트라우마라고 했다. 



그럼 우리는 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뭘 해야 할까?


Dr Gabor Maté가 언급한 해결방안에서는 별다른 게 없었다.


그때 그 감정, 그 견해, 관점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저 위의 스텝을 똑같이 빠르게 밟으며, 내가 왜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고,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던 건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 내가 일전에 그런 경험이 있었고,
그랬어서 지금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거구나. 


내가 내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기 보다,
나자신에게 주체적인 힘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게 힐링이라고 했다.
의도(Intention)가 있어야한다고 했다.



여러 다른 사람들은, 웃기시네, 나는 트라우마 따위 없어, 나 어린시절 완전 좋았는데? 다시 돌아가고싶어!
 하는 사람도 트라우마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트라우마가 될수도 안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 트라우마에 대한 건 뭐 완전 다른 주제라며 박사님도 넘어가셔서 나도 찾아봐야한다. 결국, 학대,폭언 폭력, 부정적인 일련의 사건만이 트라우마를 만드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 배웠다.


나는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 회사내의 일련의 사건으로 가슴이 뭉게지는 것 같은 그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을 어디서 느껴봤는지 다시 되새겼다, 자세히 어디서 누구와 경험했던 건지.


내가 이렇게 힘든 이유는 과거에서 일어난 그 일에 대한 반응이다. 


나는 어디서고 사랑받고, 굉장히 행복하고, 트라우마 하나 없었던 사람이었다면, 저런식으로 힘들고, 부정적으로 생각했을까? 아니다. 

결국은 내가 내자신을 가치가 없고,
 존중받지 못할 그런 인간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내가 영원히 바뀌지 못할거라고
결론지은 사람은 나자신이라는것을 알아야한다.


머리는 아는데, 몸이 모른다.

나는, 바뀔수 있다. 

Transmittable, transform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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